▲ 조급하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에 조심해야 한다. 일요신문 DB |
이런 의학연구를 ‘코호트(Cohort·특정집단) 연구’라고 하는데 특정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일정기간 추적하여 연구대상의 질병 발생률을 비교한다. 요인과 질병의 발생관계를 알아보는 것이다. 최근 국제의학계에서는 이런 분석역학의 성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일본의 <주간현대>에서는 성격, 키, 혈액형, 학력, 가족구성 등 흥미로운 지표를 기준으로 뇌졸중, 당뇨병 등에 걸리기 쉬운 사람의 특징을 살폈다.
# 성격
일본의 도호쿠대학 공중위생학 연구팀에서는 1990년부터 20년간 40~60대 5만 명을 대상으로 심근경색, 치매, 암 발병 및 재발과 성격의 연관성을 살핀 것인데 관련연구로는 최대 규모다.
우선 ‘타입A’라 불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심근경색과 협심증 발생률이 1000명 중 132명꼴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무려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타입A’란 1960년대 미국의 심장외과의 프리드먼(Meyer Friedman)이 발견한 성격을 일컫는다. 강한 의욕과 열정, 경쟁심 및 성급함, 타인에 대한 적개심을 두루 지닌 사람을 말한다. 조급하고 승부욕이 있는 이들은 교감신경이 흥분하기 쉽고 심박수, 심박출량(심장에서 전신으로 보내는 혈액량)이 높다. 즉 심장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타입A에 속하는 이들은 불안이나 긴장감을 완화하는 심리치료를 받으면 심근경색·뇌경색 등 순환기계통 질환에 걸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편 60대 이상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40~50대 때 성격을 조사한 결과 공통적인 특성이 드러났다. 무뚝뚝하고 과묵하며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고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 밝고 개방적인 사람보다 치매에 잘 걸린다. 연구팀에서는 치매에 걸리기 전 성격이 행동패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성격이 비사교적일수록 타인과 교류할 기회가 없고 이는 치매 발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평소 삶의 보람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사망 리스크는 매우 높았다. 앞서의 연구팀이 5만 명을 대상으로 삶의 보람을 느끼는지를 묻고 7년 뒤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보람이 있다”고 답한 사람보다 “보람이 없다”고 답한 사람의 사망률이 40%나 높게 나타났다.
또 연구팀은 70대 남녀 1만 명에게 앞으로 얼마나 살고 싶는지 물어 “오래 살고 싶다”, “남들만큼 살고 싶다”, “그리 오래 안 살아도 된다”고 답한 세 그룹을 5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그리 오래 안 살아도 된다”고 답한 이들의 사망률이 특별히 더 높지는 않았지만 요양을 요하는 정도의 병치레를 하는 경우는 훨씬 많았다. 그러니까 생에 대한 의지가 인간의 건강에 다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 키
일본의 국립암연구센터에서 1990년부터 16년간 40~59세 남녀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결과, 신장이 160㎝ 미만인 작은 그룹은 160㎝이상 그룹보다 뇌졸중 발병률이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가 작은 사람은 대체로 신체활동량이 적은데 이 때문에 뇌졸중의 주원인인 비만,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또 키가 작은 사람은 중심혈압(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낸 직후의 혈압)이 높다. 설령 팔로 재는 혈압이 정상치더라도 중심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다.
반면 키가 큰 사람은 백혈구 속에 있는 임파구가 암으로 변하는 악성종양 ‘악성림프종’에 걸리기 쉽다. 이는 오로지 남성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키가 작은 남성 그룹보다 1.38배가 높다.
키가 큰 여성은 암에 걸리기 쉽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1996년부터 5년간 영국여성 13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2.5㎝ 이상 여성은 10㎝가 커질 때마다 암 발병률이 16%씩 높아진다. 대장암은 1.25배, 유방암 1.17배, 자궁경부암 1.19배, 신장암 1.29배씩 증가했다. 연구팀은 키가 클수록 세포 수가 많아서 세포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만큼 암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이라 설명했다.
# 혈액형
A형은 비세균성급성위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에 의한 식중독에 취약하다. 그 외에도 폐렴, 당뇨병, 심근경색에 걸리기 쉽다. B형은 결핵과 인플루엔자에 걸리기 쉽다. 그중에서도 결핵은 O형에 비해 10%나 감염률이 높다. AB형은 매독과 인플루엔자에 걸리기 쉽다. 면역력이 가장 좋은 O형은 암, 심근경색, 당뇨병에 강하지만 위궤양에는 걸리기 쉽다. 또 지난 2009년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약 1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O형은 A, B, AB형보다 췌장암 발병률이 매우 낮았다.
# 가족구성
하지만 나이가 들어 남편 및 자식, 시부모와 같이 사는 여성은 허혈성심질환에 걸릴 확률이 남편과 단둘이서 사는 여성보다 훨씬 높다. 남편과 자식하고 사는 여성은 두 배, 남편과 시부모하고 사는 여성은 세 배다. 자식이나 시부모를 돌봐야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부모의 기일에 돌연사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나왔다. 2008년 미국 심장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37~79세 남성의 돌연사 102건을 보면 70%가 심근경색이나 관동맥 질환이다. 그중 12%는 이상하게도 부모의 기일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 중 3분의 1은 부모의 사망당시 연령과 비슷한 나이로 죽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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