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1월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 체결식을 하는 모습. | ||
얼마 전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빌딩 매각을 공언하면서 대우그룹과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영욕이 깃든 대우 빌딩은 올 8월 안에 금호아시아나 품을 떠나 다른 주인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민은행의 빌딩 매입 추진설과 금호아시아나 측의 매각 부인 등이 맞물려 혼란을 빚다가 금호아시아나 측이 갑자기 매각 추진을 시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박삼구 회장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우건설 빌딩 매각대금을 1조 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의 대우건설 지분 72.1%(2억 4466만 주) 매입 금액은 6조 4255억 원이었다. 그 중 32%가 금호아시아나 몫이 됐다. 72.1% 지분 인수를 위해 6조 4255억 원이 투입됐으니 금호아시아나는 지분 32% 보유를 위해 2조 8500억 원가량을 사용한 셈이 된다. 결국 금호아시아나 측의 대우건설 인수자금 중 3분의 1 이상이 대우건설 빌딩 매각을 통해 수혈되는 셈이다.
▲ 금호아시아나가 매각 추진을 시인한 대우빌딩. | ||
금호아시아나 측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거액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주가 2만 원 수준이던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2만 6000원 정도에 사들인 것이다. 1조 원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은 셈.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된지 석 달가량 지난 올 2월 대우건설은 주당 500원(보통주 기준)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들과 박삼구 회장을 위시한 총수일가가 수령한 배당 총액은 552억 원에 이른다. 향후의 주가 상승요인과 대우건설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대주주에 대한 현금배당액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우건설 빌딩이 박 회장의 전망대로 1조 원 이상의 가격에 매각된다면 금호아시아나 측은 대우건설 자산을 통해 3~4년 안에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도 있는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 인수전에도 적극 참여할 태세다. 금호산업은 현재 대한통운 지분 14.1%를 보유해 3대 주주에 올라있다. 금호아시아나가 올 8월 안에 대우건설 빌딩을 매각하려는 것이나 박삼구 회장이 직접 나서 대우건설 빌딩의 가치를 1조 원 이상이라 공언한 것은 대한통운 인수전에 들어갈 실탄 마련을 위해서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타이어 사업 분사로 유동성의 숨통을 틔운 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 인수전까지 나서는 금호의 확장 전략을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많다.
빌딩 매각을 대우건설 인수 자금 보충 혹은 새로운 M&A 자금 마련 용도로 보는 시각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부인하고 있다. 대우건설 빌딩 매각에 대해 과거 박세흠 전 대우건설 사장은 “주식수가 많아 대우건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빌딩 등 자산을 매각해 주식을 사들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빌딩을 매각해 빚 갚는 데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위한 자금 마련책으로 대우빌딩 등 잉여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