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략적 구조조정, 새로운 IP 발굴 절실…크래프톤 “성장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 검토”
[일요신문]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이 넥슨과 나란히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면서 게임업계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PUBG: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의 굳건한 흥행이 크래프톤의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크래프톤의 향후 성장세를 두고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새로운 빅 프랜차이즈 IP 등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UBG: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의존도가 큰 크래프톤이 새 동력을 확보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크래프톤 제공#최대 실적인데 투자의견 ‘중립’으로 하향?
크래프톤은 2024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2024년 연간 매출은 2조 7098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82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8%, 54.0%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 3026억 원으로 전년(5941억 원) 대비 119.3% 많아졌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원툴(한 가지만 능숙하다는 의미)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 시장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누적 매출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크래프톤의 모바일 매출 중 87.4%를 차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IP별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는 크래프톤이 향후 고성장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12일 크래프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Trading Buy)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목표주가는 따로 내놓지 않았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게임에 접목시키기 위한 연구와 신규 IP를 발굴하기 위한 투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배틀그라운드 외 신작 통한 개발·퍼블리싱 역량 증명 없이는 밸류에이션이 확장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크래프톤의 연간 매출·영업이익 추이. 자료=크래프톤 제공새로운 동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크래프톤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안 좋은 자회사에 대해 전략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AI 콘텐츠 자회사 띵스플로우는 커플앱 서비스 ‘비트윈’ 사업을 딜라이트룸 자회사 디엘티파트너스에 2월 5일 양도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띵스플로우는 폐업설마저 나돌고 있다.
크래프톤 북미 스튜디오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DS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 여파로 2023년 8월 직원 32명을 정리해고했다. 비즈니스 전문 SNS(소셜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에서도 구조조정 소식이 빠르게 퍼졌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관계자는 “게임 스튜디오 특성상 프로젝트 진행 여부에 따라 개발자들의 인 앤 아웃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며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에 비해 고용 유연성이 높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조이’ ‘서브노티카2’ ‘딩컴 투게더’ 등 크래프톤의 신규 출시 게임들이 흥행에 성공해 새로운 빅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사진=크래프톤 제공#향후 5년 내 전사 매출 7조 원 달성 목표
크래프톤은 지난 1월 16일 진행된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트 라이브 토크’를 통해 빅 프랜차이즈 IP 확보라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그리고 2월 11일 기업설명회(IR)에서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새로운 게임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출시될 △인생 시뮬레이션 ‘inZOI(인조이)’ △해양 생존 어드벤처 ‘서브노티카2’ △개척 생활 시뮬레이션 ‘딩컴 투게더’ 등을 주요 전략 라인업으로 소개했다.
공격적인 투자도 예고했다. 크래프톤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3000억 원씩 총 1조 5000억 원을 신작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한 계단식 성장으로 향후 5년 내 전사 매출 7조 원, 기업가치 2배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크래프톤의 중장기 목표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빠진 타 게임사들과 달리 크래프톤은 넥슨과 더불어서 게임 자체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큰 기업”이라며 “신작 게임들의 성공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투자비가 많을수록 흥행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등 해외 신흥 시장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202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 2억 건을 넘었다. 또 2월 5일 인도 핀테크(금융 기술 서비스) 기업 ‘캐시프리 페이먼츠’에 5300만 달러(한화 약 776억 원)를 투자했다. 현재까지 크래프톤이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자한 금액은 1억 7000만 달러(약 2475억 원)에 달한다.
앞서의 크래프톤 관계자는 신생 게임 개발사 투자나 지분 인수, 자회사 설립 등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 “자사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게임사 최초 출산장려금 1억 원 추진
크래프톤이 출산장려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영그룹에 이어 국내 게임사 최초로 파격적인 금액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크래프톤 역삼 어린이집. 사진=크래프톤 제공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자녀를 출산한 직원에게 6000만 원을 일시 지급하고 이후 재직 시 8년 동안 매년 500만 원씩 최대 1억 원을 지급하는 안의 출산장려금 정책을 최근 사내에 공유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결혼, 출산, 장례, 자녀 입학 등 경조사 지원 △역삼·판교 사내 어린이집 운영 △리조트 등 휴양시설 지원 △사원과 가족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단체보험제도 △가족 건강검진 △주택자금 대출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내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이번 출산장려금 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장은 2017년부터 3년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저출산 문제와 대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이나 정책 시행 시기 등이 확정되면 사내 공지·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