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의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예술 탄생의 촉매가 되는가 하면, 과학적 사고가 새로운 예술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새로움의 탐험으로 미학의 진화를 찾으려는 서양 예술의 생리 때문에 그렇다.
이러한 예술의 변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과학의 발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현대 문명의 새로운 동력으로 순수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장식적 미술 양식으로 예술의 영역을 넓힌 아르누보(새로운 예술이라는 뜻)는 디자인의 요소를 회화의 표현 언어로 만들어주었다. 이 양식을 대표하는 체코 화가 알폰스 무하(1860-1939)는 여성의 미를 식물의 패턴과 결합하여 디자인적 감각의 회화를 보여주었다.
디자인의 시각적 요소를 본격 회화 언어로 만든 이는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이다. 기하학적 추상을 창시한 그는 회화의 기본 언어인 점, 선, 면, 색채만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회화를 만들었다. 선과 색채가 정확한 구획과 비례의 조화를 이뤄 만드는 시각적 쾌감이 몬드리안이 추구한 예술성이다. 따라서 철저한 계산에 의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정확한 시안만 있으면 작가 없이도 제작이 가능하다. 작가가 디자이너 위치에 있는 제작 방식인 셈이다.

디자인계에서 자리를 굳힌 박영하는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그는 디자인 언어를 회화의 표현 기법으로 채택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넓히고 있다.
작가는 패턴화된 디자인 언어로 현대적 장식성과 일상적 아이디어를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순수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그의 행보는 이 시대 새로운 미술 언어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좌표로 떠오르고 있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