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예술은 이런 방식으로 창작자의 의도를 예술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전달 언어가 다를 뿐이다. 문학은 글의 첨삭을 통해, 음악은 음표의 구성으로, 화가는 화면에 이미지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만들어낸다.
박종화는 영화적 어법에 가까운 편집 방식으로 이미지를 콜라지하는 작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강하게 보인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영화적 분위기를 그림 속에다 연출하는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지만, 개입할 수는 없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가 구할 수는 없다. 주인공은 우리의 염원을 무시하고 감독이 짜준 각본대로 영화 속에서 산다.
박종화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영화 속 같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강력한 힘에 의해 연출된다고. 그것은 가깝게는 매스컴이나 정부 혹은 권력 집단일 수도 있고, 멀게는 신이나 우주의 질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정해진 각본(운명이나 팔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패배하는 것은 아닐까.

강력한 연출로 이루어진 현실 속에 던져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배역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이걸 흔히 ‘팔자 소관’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박종화의 작품에는 반전이 보인다. 현실을 보는 방향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연출된 그림 장면에 유머도 있다. 상식을 뒤엎는 상황을 만들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게 박종화 회화의 매력이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