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 석방을 점쳤던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당도 다르지 않았다. 3월 7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만 보더라도 윤 대통령 관련 발언은 없었다. 이재명 대표는 연금 개혁, 추가경정예산 편성, 트럼프 리스크 대책 강구, 포천시 오발 사고, 반도체지원법, 상속세 등을 언급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8 세계여성의 날, 추경, 김건희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공천비리 의혹,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아들 마약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홍준표·오세훈·명태균 커넥션 의혹, 검찰의 김성훈 경호처 차장 수사 촉구 등에 대해 발언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윤 대통령 이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구속시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이 구속기간 만료된 다음 공소를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즉시 항고를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석방됐다(관련기사 ‘정국 다시 소용돌이로’ 윤석열 52일 만의 석방 후폭풍).
민주당은 3월 8일 비상 의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당이 윤 대통령 형사재판 모니터링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매일 하루 두 차례씩 의총을 개최하기로 했다. 또 저녁 7시부터는 광화문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자정까지 릴레이 심야 농성도 시작됐다.
3월 11일 박홍배 김문수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조기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삭발했다. 박수현 민형배 김준혁 민주당 의원과 윤종호 진보당 의원 등은 광화문 인근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같은 날 민주당 4선 중진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조기 대선 준비에만 집중"
민주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만 몰두하느라 윤 대통령 이슈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탄핵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조기 대선 준비에만 집중했다는 목소리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이뤄진 통화에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까지 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응과 조기 대선에만 당력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 때 이 대표의 변호인단 출신 인사들을 민주당 텃밭 지역구에 대거 공천했다. 이들은 국회에 입성해 이 대표의 친위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법률 대변인 자리도 신설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하기 위해서로 읽힌다. 이건태 의원이 대변인을 맡았다.
계엄 후 대선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2월 7일 ‘모두의질문Q’를 출범시켰다. 이 조직을 두고 대통령 인수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월 15일에는 ‘국민주권 전국회의’가 출범한다. 대선용 전국 조직을 꾸린 셈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를 향한 발언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김두관 전 의원은 3월 7일 “매번 이런 식으로 이 대표가 입장을 갑자기 바꿔놓고 반발하는 놈은 ‘수박’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당내 분열만 낳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벌써부터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곳곳에서 들린다. 개헌 문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12일 일요신문에 “이재명 대표가 탄핵을 개헌 안 하려는 구실로 잡고 있는데, 너무 엉터리”라며 “김부겸, 김경수, 국회의장 7~8명, 총리 출신 6~7명, 양당 대표 출신 6~7명 전원이 다 (대선 전) 개헌하자 그러는데, 천천히 하자는 것은 이재명 혼자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 뒤 개헌에 관해 이야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3월 12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이재명 대표도 여러 차례 언론에서 말했는데, 정말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건 국가가 안정되고 일상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정까지? 30번째 탄핵 시도
탄핵 논란도 불거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3월 9일 비상 의총이 끝나고 열린 규탄대회에서 “1심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에 대해 즉시 항고하고 상고심의 판단을 다시 받아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줬다”며 “그 자체만으로 심 총장은 옷을 벗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심 총장에 대해 즉시 고발 조치를 취하고 심 총장 스스로 즉각 사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심 총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면 윤석열 정부 들어 30번째 탄핵 시도다.
박 원내대표는 3월 11일 최상목 부총리를 향해 “경고한다. 헌정파괴, 행동대장 노릇 그만하고 헌정질서 수호에 나서라”며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가 대행이 된 다음 7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했다. 여야 합의가 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심우정 총장과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탄핵에 대해선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다.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탄핵 남발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3월 11일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최상목 심우정 탄핵 등 조치에 대해 의원들의 충분한 의견 개진이 있었고 적절한 시점에 지도부가 판단하며, 최 대행이 지금이라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명태균 특검법 공포를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길에 협조해야 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30번째 줄탄핵, 정치 특검, 명분 없는 단식, 철야 농성 등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 자행하는 일들은 모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을 내전 상태로 몰아넣겠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