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의 문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죽어가는 것이다.’
삶이 곧 죽음이라는 불교적 세계관이 엿보인다. 이처럼 ‘모순’은 예술의 매력적인 주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순을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그로의 작품도 모순에서 출발한다. 그는 행복의 두 얼굴을 한 화면에 담는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더욱 밝은 것처럼 행복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생각이다.


그의 그림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형상의 캐릭터다. 이런 장식성 덕분에 그의 그림은 대중에게 쉽게 읽힌다. 그림이 사람들 시야에 빠르게 잡힌다는 것은 그만큼 설득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게 김그로 회화의 강점이다.
김그로 회화의 주제는 행복의 모습이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기억의 이미지를 보통 사람들의 공감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결집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데 행복은 그 순간에는 인식하기 어렵다. 행복의 기억보다 훨씬 더 많은 불행의 경험들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눈에 긴 단발머리, 통통한 몸매를 가진 오소네는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귀여운 모습의 인형 같은 느낌도 든다. 작가는 오소네를 “내 모습과 가족의 이미지를 결합해 만들었다”며 “나이나 성별이 없는 캐릭터”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오소네가 여행하듯 장소를 옮겨가며 연출하는 상황을 그린다. 오소네의 밝은 모습과는 상반되는 배경이 모순적으로 보인다. 어두운 숲이나 밤하늘 같은 것들인데, 이들 덕분에 오소네의 밝은 이미지가 더욱 도드라진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