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여 년간 장외에서 정치를 관찰했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온갖 막말을 보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식의 협박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여기서 이 대표가 최상목 권한대행의 대행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는 것에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겁박하는 것을 보면, 마 후보자 임명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여기에 당도 가세하며 나섰다. 민주당은 3월 19일 밤 의원총회를 열고,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여부를 당 지도부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비호감 이미지가 더 악화될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에게 협박을 서슴지 않으면서 민주당이 중도층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30번째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20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선고 일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다가오는 월요일인 3월 24일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여부를 선고하겠다고 밝혔는데, 만일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이 기각 혹은 각하되기라도 하면 최상목 권한대행의 대행에 대한 탄핵 시도와 압박은 모두 소용이 없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다시 복귀하면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소추 이유 중의 하나는, 헌법 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이 기각되기라도 하면 헌법 재판관 임명 거부가 파면당할 정도로 ‘위중한’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을 ‘부분적’으로 증명하는 셈이 되고, 그렇게 되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탄핵을 추진하기는 힘들 수 있다.
각하될 경우 탄핵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200명 이상이라는 것이 이유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마은혁 후보자 임명 거부를 이유로 다시 탄핵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이번에는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우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다면 민주당의 입장에서 문제는 없지만 만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복귀하게 되면, 민주당은 이래저래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이렇게 조급하고 초조해하며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에 전력을 다하는 것일까? 민주당의 주장처럼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일까?
마은혁 후보자가 헌법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탄핵 선고는 더욱 지연되게 된다. 마은혁 후보자가 해당 사안을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민주당이 모르지 않을 텐데, 대통령 탄핵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시점에서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그토록 주장하는 것은 현재 헌법 재판관들이 대통령 탄핵의 인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측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즉, 진보 좌파 성향 재판관을 합류시켜 시간이 늦더라도 ‘확실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게끔 만드는 것이 탄핵 시간의 지연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민주당은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추론이 맞는다면 헌재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늦어질수록 민주당의 초조함은 더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초조함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인지는 모르겠다. 그것이 문제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