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결정이 예상보다 미뤄지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진영에 따라 기대와 우려 섞인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결과에 대해 8명 전원일치 탄핵 인용부터 5 대 3 기각 혹은 각하 가능성이 언급된다. 정계선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이 각각 인용·기각 진영을 대표해 연일 치열한 법리 대립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현재 헌법재판관 내부 평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지는 정황들은 모두 낭설에 가깝다. 여당의 지도부 역시 헌재 내부 정보를 알지 못해 고충을 사석에서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야권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8 대 0 전원일치 파면’ 결론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 측에서 탄핵심판 과정에 여러 문제제기를 해온 만큼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윤 대통령에 앞서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3월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급한 불부터 끄는 방법은 먼저 헌재가 한덕수 총리의 탄핵심판을 하루빨리 기각시키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결론부터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3월 18일 본인의 SNS(소셜미디어)에 “헌재 (윤석열 탄핵)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들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혼란상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성장률도 폭락하고 있다”며 “국민이 풍찬노숙하지 않고,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을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왜 선입선출의 원칙을 어기고 윤석열보다 먼저 한덕수에 대해 선고하겠다는 것이냐”며 “이러니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한 총리 탄핵 심판을 먼저 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 측의 탄핵 선고 불복 가능성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조치로 해석한다. 야권 관계자는 “헌재의 모습을 보면 국민의힘이나 윤 대통령 측에서 제기하는 요구나 절차 등을 최대한 받아들이며 가고 있다. 나중에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왔을 때 지적될 절차적 문제들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소속 한 법조인은 “헌재는 법리도 따져야 하지만, 헌법을 수호하고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국무총리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대통령을 파면하면 조기 대선으로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국정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 총리 선고를 먼저 잡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한 총리는 즉시 파면되고, 기각하거나 각하하면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복귀한다.

여기에는 헌재가 정무적 판단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도 포함돼 있다. 앞서 민주당 소속 법조인은 “행정부의 1인자와 2인자의 연쇄 파면은 헌재로서도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총리를 권한대행으로 복귀시켜 조기 대선 국면을 관리하도록 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 헌법재판관들이 총리 탄핵 기각을 위한 헌법적 논리 근거 마련에 고심이 깊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가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총리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자를 최대한 붙여 연달아 내릴 수 있다고 봤다.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이 미뤄진 이유가 헌법재판관 사이에 대통령에 대한 결정은 이미 나왔는데, 총리 탄핵 여부는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으로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총리 탄핵 선고 일정이 3월 24일로 잡히면서, 윤 대통령 선고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3월 27~28일 사이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3월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나온 이후가 된다.

또한 3월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2024년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은 이후 두 달 반 동안 8개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윤 대통령보다도 빠른 페이스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공직자 ‘줄탄핵-줄기각’으로 민주당으로서도 고심이 깊었다.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을 연이어 두 명이나 탄핵하는 것은 국정공백을 초래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 그런데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돌아오면, 이러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헌재·법원의 판단을 행정부가 대놓고 무시하고 헌재를 능멸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국회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탄핵안을 제출했다. 헌재의 판결을 능멸하는 것은 헌법질서 자체를 능멸하는 것이고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오는 3월 27일 본회의를 열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표결과 관련된 사안은 국회의장실과 협의하고 있다”며 “한덕수 총리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일정도 고려해 최상목 대행 탄핵 표결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