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이 국헌문란 행위를 밥 먹듯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헌정질서를 파괴할 경우에는 현직이어도 처벌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누구든 현행범으로 최 권한대행을 체포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의 ‘몸조심’ 발언은 사전 준비되지 않는 애드리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되지 않은 발언은 정치권에 강력한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여권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폭의 입을 닫으라”면서 “현행법 체포 이야기는 조폭식 협박”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본인 재판 선고 날짜가 다가오니 가면을 벗고 섬뜩한 조폭의 정체를 감추지도 않는다”면서 “이재명 특유의 폭력적 보복 광기”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본인 재판을 앞두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위기에 처하자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신 대변인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까지 본인들 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정잡배나 할 법한 겁박을 일삼는 충격적 망언을 내뱉었다”면서 “거대 의석을 무기삼아 수십 번 남발해 온 탄핵과 특검으로는 모자랐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대표 발언을 “깡패들이 쓰는 말”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경고 메시지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에 따른 불만 때문으로 풀이된다. 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을 인용했다.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 시기에 대해선 특정하지 않았다. 임명은 의무지만, 임명 시기는 최 권한대행이 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헌재 선고 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최 권한대행을 둘러싼 ‘반헌법 프레임’ 공세를 펼쳤다. 헌법재판소 판단을 따르지 않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 후보자 임명은 물론 국회에서 의결된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임명하지 않으면서 반헌법적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대통령 역할극’에 푹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거부권만 행사하는 것은 본인의 몸값을 올리려는 행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여권에선 ‘이재명 책임론’으로 응수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쇄 탄핵당하면서, 최상목 권한대행이 주요한 결정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최 권한대행이 모든 결정을 코너에 몰린 채 해야 하는 상황은 민주당과 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가 지속적으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을 합의 없이 의결해 보내는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법안이 하나 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치권 한 원로는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이 이뤄진 뒤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이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해 있는 형국”이라면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힘 자랑’을 하는 가운데, 거부권이 지속행사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로는 “여야 합의 없는 법안 통과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거부권이 대립하면서 합의와 상생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졌다”면서 “여야의 극한대립이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가설을 지속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는 개헌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심야 의원총회 끝에 민주당은 ‘최상목 탄핵 결정권’을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월 20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 취재진과 만나 “최상목 부총리 헌법 위배 사항을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3월 21일 오후 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정치권 한 전략통 인사는 “박 원내대표가 최상목 권한대행을 부총리라고 불렀다”면서 “향후 탄핵안을 처리할 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부총리’ 자격으로 탄핵을 해 의결 정족수를 과반으로 세팅하려는 포석일 것”이라고도 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 최대 쟁점은 국회 탄핵의결정족수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 부분은 최 권한대행 탄핵 국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다 한 총리 탄핵심판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할 경우 최 권한대행 탄핵은 더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 탄핵 의지를 표명하자마자 발표된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일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미뤄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한 총리 선고 일정보다 뒤로 미뤄지게 됐다.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표 2심보다도 더 늦게 나올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시간 싸움’을 펼쳐야 하는 사법리스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한 건”이라면서 “이 사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피하지 못한다면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백현동 사건 등 여러 사법리스크에 이 대표가 빠르게 잠식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법조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2심 선고가 나기 전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나지 않는다면, 타임 스케줄이 꼬이게 된다”면서 “이미 민주당이 계획했던 탄핵 스케줄은 틀어졌다”고 했다. 그는 “수순이 결정되는 조치 하나하나가 이 대표 정치생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면, 탄핵심판 선고하는 데까지 걸릴 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진다”면서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건 ‘빠른 탄핵 인용’이 아니라 ‘확실한 탄핵 인용’을 원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이 전략적 수정을 거치는 사이 내부적으로도 스텝이 꼬인 것이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과 민주당 지도부의 ‘최상목 탄핵’ 추진의 근본적 배경일 수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