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여 후 김승연 회장의 지분이 감소하면서 3세 경영인의 개인회사 한화에너지가 최대주주가 됐다. 한화에너지의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이 50%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25%씩 가지고 있다.
증여 후 (주)한화의 지배주주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다. 이번 지분 증여로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다른 두 동생보다 많은 지분을 물려받은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투자업계에서는 아버지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한 번 더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재계는 3세 경영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응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3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주)한화가 참여해 (주)한화의 주가가 하락하면 3세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주)한화와 합병을 추진해 승계를 마무리 지으려는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세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주가가 하락한 (주)한화와 합병하면 한화에너지 입장에서 더 많은 (주)한화 지분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주)한화 주주들에게는 그만큼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전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가지고 있던 1조 3000억 원 규모의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금을 소진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금융감독 당국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정정요구를 하며 △구체적인 자금사용처 △유동성 확보 수단 중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 등을 증권신고서에 추가할 것을 주문했다. 시장 반응도 차가웠다. (주)한화의 주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계획이 알려지기 전 4만 8000원대였지만 3월 31일 종가 기준 4만 95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지분 증여에 대해 ‘승계와 관련한 시장의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한화그룹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한화의 주가는 지분 증여 발표 다음날인 지난 4월 1일 강세를 보이더니 5.49% 상승하면서 거래를 마감했다. 2일에도 강세가 이어졌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43%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업계 호황기를 맞이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평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방산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조 2401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7조 8896억 원 대비 42.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 7318억 원을 기록해 전년 5943억 원보다 19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 이태환 연구원은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추진력을 얻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확보는 필요했다. 방산 관련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경쟁강도가 상승하고 있어 적기의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화그룹의 방향성에 동의하는 장기 투자자라면 이번 유상증자는 적절한 매수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3세 경영인들의 세부적인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동안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전반의 사업 방향성을 정하고, 방산·에너지 부문 계열사에서 직접 경영에 참여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현재 △(주)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한화임팩트 대표이사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2023년 인수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매입 직전 해 1조 744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인수 후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인수 첫해인 2023년 1598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환한 후 지난해 5281억 원으로 순이익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한화그룹 금융부문 사업을 이끌고 있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현재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화생명을 이끌며 금융계열사 글로벌·디지털 사업 부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월 인공지능(AI)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와 인공지능(AI)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홍콩에 거점을 둔 운용사인 셀라돈 파트너스와는 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MOU를 맺었다.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인수, 2024년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인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인수 등으로 세계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그룹의 유통·로봇·반도체 장비 사업을 맡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와 함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 한화비전, 한화세미텍 등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지분 증여로 3세 경영인 시대로 돌입했다. 향후 3세 경영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면 지배구조 체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와 관련 현재 정해진 바 없다”면서 “3세 경영인들은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