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IPO 추진 목적이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엑시트용’이란 해석이 돌며 일반 주주들의 시선이 따갑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삼형제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자사 보유 현금으로 매입해주고, 정작 회사 성장에 필요한 자금은 유상증자로 마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승계 작업을 위한 그룹 내부 지분 정리에 현금을 쓴 뒤 미래 먹거리 창출을 핑계로 주주들에게 다시 손을 벌렸다는 지적이다.

구주매출을 통해 조달한 투자금이 회사 대신 기존 주주 몫으로 유입되는 구조이기에 통상 ‘지분 털어내기’ 목적 상장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IPO에서 구주매출 물량이 많을수록 시장의 시선이 악화, 투자매력도 떨어진다. 일례로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은 높은 구주매출 비중에 상장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물량이 전체 공모주 물량의 75%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오너일가는 당시 IPO를 통해 최대 5000억 원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셌다.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 예측 결과도 좋지 않게 나오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현재 한화에너지 주식 338만 5667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지난해 총 주식 수, 자본금, 자본 잉여금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한 주가는 4만 원대 중반이다. 공모가를 5만 원으로만 책정해도 김 부사장의 한화에너지 주식 가치는 약 1692억 원에 달한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IPO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현재 정해진 게 없다”며 “김동선 부사장 구주매출 시도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혹여나 향후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상증자로 조달되는 자금 전액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하겠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투자에 쓸 현금 사정에 비교적 여유가 있어 유상증자가 필수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는 유상증자를 굳이 택했다는 지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 9677억 원으로 집계됐다. 유동자산은 22조 8679억 원에 달한다. 회사채 등급도 지난해 기준 ‘AA-’로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 1월에는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총 2조 5000억 원이 모이기도 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3월 25일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차입 등의 방식으로 단기간에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최근 빠르게 회복하는 유럽 방산업체와의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 유상증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비판의 수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발표에 앞서 한화오션의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10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싱가포르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 3000억 원에 인수했다. 거래는 3월 13일 이뤄졌다.
지분 매입 이유부터 논란을 초래했다. 현 지분 구조상 한화오션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음에도 굳이 추가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기준 최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46.28%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오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도 한국산업은행(19.50%)과 국민연금(5.88%)에 불과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오션은 이미 2024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자회사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은 불필요했다”며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규모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 탓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 자금이 김 회장 삼형제의 경영권 승계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화에너지나 한화임팩트파트너스 등이 (주)한화 지분을 매입하면서 자연스레 삼형제의 (주)한화 보유 지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기준 (주)한화 지분 22.15%를 보유, 김승연 회장 지분(22.65%)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주)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이러한 해석을 잠재우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지분 증여로 세 아들의 (주)한화 지분율이 한화에너지를 포함 42.67%가 돼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사 현금을 신규 투자가 아닌 김 회장 삼형제의 회사 지분 매입에 썼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이에 따른 비판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을 살핀 금융당국이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상대로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한 상태여서 여론의 관심이 쏠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로 마련할 자금의 사용처를 정정 신고서에 상세히 담아 유상증자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정 신고서가 3개월 내 제출되지 않으면 유상증자는 철회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오너일가 지배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오는 데 1조 3000억 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일반 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수록 구주매출이나 유상증자에 대한 평가는 더욱 악화해 코리아디 스카운트를 부추길 것이다. 일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