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불소추특권이 박탈됐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등 나머지 사건 수사를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면 이후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관련 첫 형사재판은 4월 14일 열릴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탄핵심판 선고가 형사재판 때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가 형사재판 쟁점들에 대해 위법·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다.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국회 봉쇄·침입, 선관위 봉쇄·침입, 주요 인사 체포·구금 지시 등이 위헌으로 판단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경고성·호소형 계엄, 질서 유지 위한 군 투입,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진술 신빙성 문제, 선관위 부정 선거 의혹 등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죄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최소 무기징역에서 최대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관련기사 판판이 깨진 ‘윤’의 주장…윤석열 ‘헌재 전원일치 파면’ 5대 쟁점 톺아보기).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별개라는 시각도 있다. 헌재 판결에 활용됐던 증거들이 형사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312조 1항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재판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시 관련 내용을 다퉈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도 쟁점이다. 공수처는 수사범위인 직권남용 사건의 관련 사건으로 내란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공수처가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직 대통령 내란죄 혐의 수사권에 대한 규정이나 판례가 없어 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내란 혐의 사건 수사 기록은 총 4만 쪽에 달한다. 검찰이 채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증인은 52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면(2017년 3월 10일)된 뒤 약 1년 뒤 1심 판결(2018년 4월 6일)이 나왔다. 대법 판결은 2021년 1월 14일 나왔다.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이었다.

공수처는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사건,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및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 등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2023년 8월 채 상병 사망사건 고발장을 접수받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윤 전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수사는 2024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훈 대령은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군사법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경찰은 대통령 경호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지시 의혹과 20대 대선 불법 선거캠프 운영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김성훈 대통령에게 경호처 차장은 미국 메신저 앱 ‘시그널’로 ‘2차 체포 시도가 이뤄질 경우 경호처가 나서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당시 불소추특권 때문에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선거캠프 운영 의혹은 20대 대선 때 윤석열 캠프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예화랑’에 비밀 대선캠프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대선 사무실이 있으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 사무실을 무상으로 대여 받았을 경우 정치자금법에 걸린다.
경찰은 윤석열 캠프 관계자 등을 참고인 조사한 상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0대 대선 선거비용 보전액을 전액 반납해야 한다. 당시 국민의힘은 394억 원을 지급받았다. 캠프에 참여했던 현역 의원들이 함께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통령 탄핵에 재정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석열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관련 의혹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4월 6일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명태균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은 물론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해병대원 사망 사건 외압 의혹 등 권력에 막혀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사건이 산더미”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특검법의 재의결 및 재발의를 통해 진실 규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