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은 사기다.”
4월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불복해야 한다는 음성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4·5 광화문 혁명 국민 대회’ 주최 측의 주장이었다. 광화문역 6번 출구 옆에는 무대와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무대에는 전 목사 측근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한 노인이 비를 맞으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태극기를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집회 행렬은 광화문역 6번 출구부터 시청역 3번 출구 인근까지 늘어서 있었다. 약 360m 거리다. 참석자들은 4개 차로에 설치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우산과 우비로 비를 피했다. 집회 현장 뒤쪽으로 갈수록 공간이 많아졌다. 인도는 다른 시민들이 원활하게 오갈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헌법재판소 선고 전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 없었던 탄핵 반대 집회와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참석자들은 침울한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근처 상가 처마에서 비를 피하며 무력감을 토로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Stop the steal’ 등 탄핵 반대 집회 상징 문구가 적힌 배지를 단 사람들은 무대 위에 오른 발언자들을 초조하게 바라봤다.
무대에서는 전광훈 측 남성이 사회를 보고 있었다. 그는 헌법재판관들이 5:3 기각에서 8:0 인용으로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정형식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을 배신자라고 했다. 그는 세 재판관을 향해 “죽을 때까지 저주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간중간 군가와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이후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가 주장하는 ‘국민 저항권’을 행사하자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했다. 탄핵 인용으로 나라가 중국에 넘어갔다고 했다. 단골 메뉴인 ‘선관위 부정선거 음모론’도 띄웠다.
윤석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광화문 광장으로 나오라고 외치는 발언자도 있었다. 종교인으로 추정되는 한 참석자는 “하나님께서 죽임당하신 윤석열 대통령을 부활·복귀시키실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무대 위 발언자들이 말이 끝날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이들은 ‘민주당 퇴출’ ‘한미동맹은 피의동맹’ ‘반국가 세력 척결한다’ 등의 손 팻말을 들었다. ‘탄핵 무효’ ‘이재명을 때려잡자’ ‘국민 혁명을 해야 한다’ 등의 구호를 복창했다. 구호를 외치는 시간이 끝나면 현장은 다시 발언자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윤상현 의원이 유일했다. 나경원 조배숙 박대출 김석기 이만희 강승규 이인선 의원이 참석했던 3·1절 광화문 집회와 대조를 이뤘다. 탄핵 반대 집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윤상현 의원은 무대 위에 올라 “대통령이 검은 카르텔 세력에 희생됐다.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규모도 줄어들었다. 경찰은 비공식적으로 1만 8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다. 집회 신고인원인 3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 6만 5000명이 넘는 인파(경찰 비공식 추산)가 몰린 3·1절 광화문 집회에 비해 집회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참석자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이유다. 전광훈 목사의 첫 광화문 집회 때부터 함께 했다고 밝힌 전규선(73) 씨는 “(윤 전 대통령은) 광화문에서 불러낸 거다. (광화문 집회 측이) 불러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전 씨는 “그동안 어쩔 수 없이 국민의힘을 찍어줬다. 이제부터는 그렇지 않다”며 “(현장을 찾은)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자유통일당으로 넘어와 꿈을 펴준다면 우리가 밀어줄 수 있다. 안 오면 다시는 안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40년 전 한국에 정착했다는 60대 일본인 여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부정선거’를 뚫고 당선됐다고 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봤다. ‘부정선거 음모’에 맞선 윤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윤 전 대통령 구출을 기원하기 위해 트럼프 브로마이드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툼한 헌금 포대
전광훈 목사는 오후 3시 20분경 무대에 올랐다. 전 목사는 “헌재 결정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헌재의 권위보다 국민저항권 권위가 그 위에 있다”며 “여러분과 저는 4·19, 5·16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외쳤다.
무대 아래에서는 ‘헌금’이라는 글자가 적힌 명찰을 찬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파란색 헌금 봉투를 들고 있었다. 집회 현장 길목인 광화문역 6번 출구 인근에만 5명 넘게 서 있었다. 한 발언자는 무대에서 “헌금 시간 되니까 비도 그치잖아. 돈이 젖으니까. 전광훈 목사님 힘내시라고, 우리는 믿음으로 이겼다고, 감사 헌금을 오늘만큼은 더 드려주셔야 해”라며 헌금을 유도했다.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에도 헌금함이 놓여 있었다. 현수막은 주로 2030 젊은이들이 관리했다. 이들은 서로 ‘자매님’이라고 불렀다. 교회 측 사람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현수막 안에는 ‘자유마을’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자유일보’ 등에 대한 구독 서류가 놓여 있었다. 모두 전 목사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한 노인이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대에 오른 발언자들이 ‘자유마을 천만가입’ 등을 언급하며 구독을 독려했다. 광화문 집회 현장은 전 목사에게는 ‘마케팅 장소’였던 셈이다.
교회 또는 주최 측은 기자를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인터뷰는 모두 거부했다. 다른 참석자의 인터뷰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인터뷰하고 있는 참석자에게 “잘 모르면서 말하지 말라”며 제지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엿듣는 관계자도 있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