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에서 추진중인 제2롯데월드의 조감도. 오른쪽 사진은 신격호 회장. | ||
롯데의 부동산 대박은 ‘선 부지 확보, 후 여건 조성’ 전략의 성공으로 풀이된다. 뜰 만한 토지를 미리 헐값에 사들인 뒤 훗날 엄청난 이익을 맛본다는 것이다. 롯데의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특혜 시비가 몇 차례 도마 위에 올랐을 정도로 롯데의 부동산 대박행진은 그 끝을 모를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신격호 회장이 일본의 경향을 따라가는 국내 부동산 투자 포인트를 누구보다 잘 짚어낸다는 지적이다.
최근 롯데는 또 하나의 부동산 홈런을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롯데쇼핑이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 일대에 사놓은 토지 가격이 그칠 줄 모르고 오르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확보한 부지는 1000평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이로 인해 롯데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은 조만간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헐값일 때 사들인 평택 부지가 평택국제화도시 대박 특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평택시 서정동 일대에 보유한 토지는 263번지와 264번지에 걸쳐 3756㎡(1138평)에 이른다. 롯데쇼핑은 이 토지들을 지난 2002년 10월에 사들였다.
해당 토지들엔 이 토지의 전 소유주였던 사람 명의의 건물이 아직 남아있다. 만약 롯데쇼핑이 이 토지들을 상업용도로 개발하려면 건물주로부터 건물도 사들여야 할 것이다. 이 토지들에 대한 롯데 차원의 본격적인 개발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해당 토지 가격은 평당 최소 400만 원 정도로 지난 2002년 당시보다는 적어도 땅값이 3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미군 부대 이전 소문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롯데쇼핑은 2002년 10월 평택 땅 매입 이후 적어도 3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토지의 효자 노릇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평택시 서정동 일대가 지난해 평택국제화도시 지역으로 지정돼 땅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들이 “여긴 (토지값 상승이) 아직 시작도 안 된 것”이라 입을 모을 정도다. 오산 미군기지와 용산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에 인접한 평택시 서정동과 고덕면 일대에는 평택시와 한국토지공사가 주도하는 5만 평 규모의 국제도시가 들어서게 된다. 거주인구 16만 명 규모로 인구밀도는 분당의 절반 수준인 ‘대규모 저밀도’의 쾌적한 첨단 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이다. 이곳엔 아파트단지와 첨단연구센터, 외국 대학과 산업전시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신설되는 KTX 역사도 멀지 않다.
이 신도시는 오는 2009년 착공돼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평택시 서정동 토지는 평택국제화도시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지만 국제도시 예정지에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인접해 있으며 향후 거래제한 구역으로 묶일 염려도 없어 엄청난 토지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롯데쇼핑 보유 부지 일대 땅값을 신도시 공사가 본격화 단계에 접어든 5년 후쯤엔 현재의 3배, 도시가 완공되고 나서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는 10년 후쯤엔 현재의 6~7배로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10년 후인 2017년쯤 해당 토지 가격이 현재의 6배 이상이라 전망한다면 지난 2002년 당시 초기 비용 15억 원 정도를 투자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롯데쇼핑이 해당 토지를 통해 15년 만에 250억 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롯데쇼핑은 해당 토지의 이 같은 대박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일까. 롯데쇼핑은 평택 토지 매입 2개월 후인 지난 2002년 12월 ‘부동산 관련 사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사업목적 추가 변경 공시를 한 바 있다. 2002년에 15억여 원을 들인 해당 토지 구입의 예를 거론하자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아무도 몰랐던 개발계획을 마치 미리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며 “누군지 몰라도 땅 보는 눈이 정말 탁월한 사람”이라 입을 모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