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본을 읽고 어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났던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 삶이 너무 많이 보여서 읽는 동안 많이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촬영감독으로서는 엄청 힘들겠는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 콘셉트를 김원석 감독과 함께 어떻게 정하셨는지.
"주로 스토리보드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었던 것 같다. 대본 자체의 구성이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서사를 끌고 가기 때문에, 과거의 질감과 현재의 질감을 다르게 갈 것인가 아니면 큰 차별 없이 갈 것인가 등의 이야기들이 주로 많이 이야기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부모님들의 가난했던 삶을 표현하기에 어떤 느낌을 가지고 가면 좋을까도 역시 큰 고민이었다. '그 시절 삶을 큰 과장 없이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고, 너무 힘들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가장 큰 목표였다."
― '폭싹 속았수다' 촬영 또는 조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 미션이 있었다면.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과하지 말자' 였다. 보통 예산이 큰 작품을 맡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부분이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비주얼적으로 공을 들이게 되는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최대한 평이하고 편안한 비주얼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쉽게 표현하면 금 혹은 은의 재료를 가지고 토속적인 항아리처럼 아웃풋이 나오게 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였으면 싶었다.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제한되지 않았으면 싶었다. 조금 더 좋은 앵글이나 빛을 위해서 배우들의 동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캡처하려고 노력했다."

"아이유 배우의 1인 2역이나, 아이유 배우가 나이가 들어서 문소리 배우로 변해가는 과정은 감독님의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때로는 의상, 분장 팀에서 준비한 그 시대나 캐릭터 해석에 따른 준비들로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았다. 문제는 '폭싹 속았수다'가 대부분 한 신 안에 많은 배우들이 나오면서 소위 말하는 몸 신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몸 신에서 각각의 배우들의 집중력이나 개성을 놓치지 않고 촬영하는 방법은 그냥 열심히 많이 찍는다 외에는 없다. 저도 이러한 부분이 어려웠던 것 같고, 또 작품을 촬영하면서 이러한 다수의 배우들을 찍는 노하우가 생긴 듯하다."
― 미술팀, VFX팀 등 다양한 팀과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폭싹 속았수다' 같이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미술팀, VFX팀과의 협업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1960~1970년대와 같은 시대극은 그냥 촬영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남아있지를 않기 때문이다. 류성희, 최지혜 미술감독님이 준비해 주신 세트를 바탕으로, VFX팀이 후반에 덧붙여준 미술의 완성 혹은 디테일의 추가가 없었으면 결코 완성되지 않았을 장면들이라고 생각하다. 촬영감독으로서 제일 중점을 둔 부분은 '만들어진 세트를 최대한 잘 담아내자' 그리고 VFX팀이 캡처된 이미지를 기술적 어려움 없이 완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능성 여부를 소통하는 데 두었다."
― 전국의 다양한 로케이션, 세트 등에서 촬영을 진행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일관된 톤을 맞추기 위해 촬영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세트와 로케이션, 혹은 같은 로케이션에서도 하나의 장면이 한 장소에서만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날씨를 맞추거나 하는데 많은 중점을 두려고 했다. 예를 들어서, 관식이가 배에서 뛰어내린 후 애순이를 만나기 위해 헤엄쳐 가는 장면 같은 경우는 3개의 다른 로케이션에서 촬영이 이루어진 장면이다. 배 위에 있는 관식은 부산에서, 방파제에 있던 애순은 장흥에서, 이런 식으로 다른 장소를 한 신 안에서 엮을 때는 각 장소를 찍을 때 세심하게 날씨 등의 질감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후반 색 보정 과정에서 톤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도 있다."

"김원석 감독님과는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 전작을 통해서 이미 호흡을 맞춰보았던 적이 있어서 특별히 '폭싹 속았수다'에서 호흡을 맞추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워낙 많은 준비를 하시고, 디테일을 잡아내는 데 능숙하신 감독님이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 함께 작업하신 배우들과의 작업 소감은.
"진심으로 영광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가장 먼저 직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긴 촬영에서 가장 큰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다시 또 이렇게 멋진 배우들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
"많은 신들이 기억에 남지만 개인적으로 여관에서 애순과 관식의 가출 후 첫날밤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한 번의 카메라 움직임으로 이들의 감정을 잡아내기 위해서 많은 테이크를 갔던 기억들, 이 원 신, 원 컷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 '폭싹 속았수다'의 작업 소감이나 보람 등을 말해본다면.
"개인적으로 제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긋게 된 작품을 촬영할 기회를 주신 김원석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또 한동안 만나기 힘든 좋은 스토리와 좋은 배우들, 대한민국 최고의 스텝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