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최고 보안시설을 한 달 보름 만에 옮기겠다는 윤 전 대통령 결정에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임기 초 청와대를 사용하고, 집무실 이전은 시간을 두고 차분히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왔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단 하루도 청와대에는 머물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어 대통령 취임식 당일 청와대를 일반 국민에 전면 개방했다.
초고속으로 진행된 용산 대통령실 이전은 수많은 문제를 낳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무속’ 논란이 여기에도 등장했다. 2024년 11월 공개된 명태균 씨와 지인의 통화녹음을 보면 명 씨가 김 여사에게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해 “경호고 나발이고,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말했다고 나온다. 무속인 천공이 “윤석열 부부에게 ‘청와대에 절대 들어가지 말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라’고 권유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집무실과 관저 이전을 맡았던 업체를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시공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영세업체가 참여하는가 하면, 과거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 경력이 있는 회사가 수의계약을 맺고 일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도청 논란까지 벌어졌다. 미국 정보기관이 ‘동맹국’ 한국의 용산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대해 도감청을 했다는 사실이 미국 기밀문서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용산 대통령실은 미국의 도청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에 항의하지 않았고, 도청에 대한 대책 마련책도 밝히지 않았다. 이외에도 북한의 무인기 침투, 오물풍선 낙하 등 용산 대통령실의 대공 방어망 문제점이 노출됐다.

다만 용산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로 하느냐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의견 중 청와대 복귀와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두 가지가 큰 갈래로 제시되고 있다.
여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을 통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전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2월 말 지도부 회의에서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 가능성을 검토해보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준현 복기왕 등 충청권 의원들이 주도해 ‘행정수도 이전 계획 재추진’ 관련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국회 이전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조만간 세종시를 신 행정수도로 정하는 내용이 담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서는 세종시를 수도로 명시하는 개헌을 해야 하는 산이 남아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언급하면서 위헌 결정을 내려 무산됐다.
과거 윤석열 대선 선대본부에 몸담았던 여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인수위에서도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뒤 다른 장소를 물색했다. 하지만 헌재의 관습헌법 결정 때문에 다른 지역이 아닌 서울 내에서만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후보군이 많지 않아 고생을 했고, 결국 용산 국방부 청사를 낙점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 역시 4월 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기능과 효용 측면에서 보면 청와대가 좋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으로 인한 보안 우려에 대해 탁 전 비서관은 “국가 보안사항들이 통신망이나 정보망을 통해 유출되는 건 청와대에 있든, 용산에 있든 동일하게 갖는 부담”이라며 “청와대 핵심시설은 개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설사 했더라도 도청 등을 방지하는 설비를 하면 큰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가진 역사성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가진 스토리를 버린다는 게 너무 아깝다. 사람들은 그걸 다른 데서 시작하면 얼마든지 그만한 위상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하는데, 브랜드 가치가 몇 조 원 단위일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를 지금처럼 동물원도 아니고 공연장도 아니고 미술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저런 공간으로 남겨둔다는 데 화가 난다”며 “외국의 다른 원수들이나 지도자들을 대접하고 그만한 국격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청와대”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의 시설 노후화나 협소화 문제는 과거부터 제기돼왔다. 차기 정부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일부 건물을 고치거나, 옆에 추가로 새로 지으면 된다. 그 과정에서 보안 시설을 강화하면 해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차기 정부가 세종시로 대통령실 이전을 결정해도 대통령은 결국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앞서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은 윤 전 대통령의 졸속 이전이 원인이 됐다. 세종시에 대통령실을 새로 건립한다면 오래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계획하고 집행해야 할 수밖에 없다. 완공까지 5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대통령이 어디서 일을 볼 것이냐. 결국 청와대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점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