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사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덕수 총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운영 체제’를 구축하려 시도했다는 것에 대해선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민심 수습과 안정을 위해 행정부와 여당이 서로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국민에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행정부와 입법부 간 ‘독립성 원리’에 의해 이뤄지는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몰각하려는 의도까지 있었다 볼 수 없다”고 했다.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에 대해서는 판단이 나뉘었다. 기각 의견 5인 재판관은 “추천 의뢰의 적절성 및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며 위헌·위법이 없었다고 봤다. 반면 탄핵 인용 의견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아 ‘수사권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 등 문제를 초래했으므로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을 중대하게 어겼다고 판단했다.
헌재 기각 선고로 한 총리는 2024년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된 지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하게 됐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곧바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 “모든 국민은 이제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며 “이제 좌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한창 정계선 2명의 후보자는 임명했지만, 마은혁 후보자는 아직도 임명 전이다. 한 권한대행은 3월 24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마 후보자를 바로 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한 권한대행의 ‘상설특검’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국회는 2024년 12월 10일 ‘내란 상설특검’을 의결했다. 상설특검은 법률에 따라 대통령 및 권한대행이 ‘지체 없이’ 후보추천위원회에 특검 후보자를 추천 의뢰해야 한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0일이 넘도록 의뢰하지 않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동안 특검 후보자를 추천 의뢰해야 하는 상설특검은 두 개가 더 늘었다. ‘김건희 상설특검’과 ‘마약수사외압 상설특검’이다. 두 상설특검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건희 상설특검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등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디올백 명품수수 의혹 △대통령실·관저 이전 국가 계약 개입 의혹 △‘임성근 구명로비’ 등 국정농단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개입 의혹 등을 수사대상으로 담았다.
마약수사외압 상설특검은 인천세관 직원이 연루된 마약 밀반입 사건에 대통령실 등이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
야당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헌법을 지키겠나.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한덕수 총리는 마은혁 헌법재판관과 마용주 대법관을 빨리 임명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3월 27일 담화문을 통해 “한덕수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속히 임명하라”며 “(미임명은) 명백한 위헌이 아닌가. 대행이 스스로 헌법 위반의 국기문란 상태로 끌고 가면서 국민에게 어떤 협력을 구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헌재가 윤 대통령보다 한 총리 탄핵 선고를 먼저 하면서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정국을 안정시키고 조기 대선을 잘 관리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본다”며 “그런데 한 권한대행이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따르지 않고 무시한다면 조기 대선 관리를 맡길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상황은 첫 번째 탄핵 의결 때와 비교해 더 불리해졌다. 이번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들은 마 후보자 임명 보류가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 권한쟁의 심판에서도 마 후보자 임명 보류 행위는 위헌·위법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판단했다.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문제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번 한 권한대행 탄핵 선고를 통해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실질적 기간은 약 10일에 불과하다”며 “한 권한대행은 후보자 추천의 적절성 및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이 첫 탄핵을 당했을 당시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상설특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0일이 넘었다.
첫 탄핵 당시 논란이 일었던 국회 의결정족수 문제도 헌재의 이번 선고를 통해 정리가 됐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결정족수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은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이 창설된 것이 아니다”라며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 적용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야당이 한 권한대행의 재탄핵을 추진하려 마음먹으면 민주당 의원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등 정치 상황을 지켜보고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한 관계자는 “한 대행의 위헌·위법 행위는 명백하다”며 “다만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