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tvN 오락프로그램 <러브룰렛 연상연하>의 한 장면. | ||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인 엠넷미디어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 지분을 투자해 구설수에 올랐다. 대기업이 일종의 향락사업에까지 진출했다는 게 논란거리다.
엠넷미디어는 사내의 한 부장급 간부 명의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ㅅ호텔 지하 1층의 ㅂ나이트클럽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0억 원. 이 나이트클럽은 600여 평 규모의 대형 업소로 지난 3월 경영진이 바뀌면서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엠넷미디어는 이 나이트클럽을 공연·프로그램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인 엠넷미디어가 굳이 유흥ㆍ향락산업에까지 손길을 뻗쳐야 하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엠넷미디어 측 관계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신 유행 경향을 확인하고 방송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나이트클럽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며 “단순 투자자 형식으로 실질적 클럽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케이블 TV 방송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엠넷미디어 측은 “Mnet과 KMtv 등의 촬영장소로 그동안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을 빌려 썼는데 체육관보다 나이트클럽이 무대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투자한 돈을 직원 명의로 계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의 경우 개인의 소유권은 회사의 재산으로 기속된다”며 “부동산 실명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국도 연예 매니지먼트 그룹이나 음반 레코드사에서 클럽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신인 스타를 발굴하고 한류를 산업화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대형화된 산업자본이 술장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향락을 부추기는 데 앞장선다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련자는 “tvN 등 CJ가 운영하고 있는 몇몇 채널은 이미 ‘부비부비’ 등 선정적 댄스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내 비난을 받고 있는데 계열사가 나이트클럽 지분까지 갖게 되면 채널의 선정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계의 한 관계자도 “보다 나은 음악과 영상을 위한다면 굳이 나이트클럽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술과 짝짓기가 넘쳐나는 유흥업소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문화적 공간 확보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엠넷미디어의 좋지 못한 경영상황이 극단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엠넷미디어는 그동안 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엠넷미디어는 2006년 101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5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이 생각보다 커지자 CJ 쪽에서는 엠넷미디어 대표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회사 측의 이런 생각은 아예 ‘구설수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구설수 마케팅은 고의적으로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켜 관심을 모으는 방법이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개국한 종합방송채널 tvN에서도 끊임없이 구설수 마케팅 논란을 유도하고 있다. 선정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것은 물론, 리얼 다큐 프로그램의 가짜 연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남녀 미팅을 주선하는 tv엔젤스는 최근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를 유혹하기 위해 팬티를 벗어 던지거나 여성 출연자가 상반신 누드 사진을 찍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또 미국의 불륜 고발 프로그램인 <치터스>를 모방한 <현장르포 스캔들>은 ‘가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출연자끼리 거친 욕설을 주고받고 주먹 다짐을 벌이는 모습 등을 여과없이 내보내고 있다. CJ그룹의 또 다른 케이블 채널인 엠넷에서 방송되는 <아찔한 소개팅>은 방영 초부터 표절 시비를 빚은 것은 물론, 재미를 위해 가짜 연출을 하거나 출연자가 허위 경력으로 방송에 출연했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해 시청자들로부터 줄곧 폐지 압력을 받았었다.
표절 시비는 CJ의 또다른 계열사인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미니파이터’에도 번지고 있다. 일본 캡콤사의 ‘포켓파이터’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시험판 배포 때부터 따라붙더니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
CJ의 극장을 운영하는 계열사인 CJCGV는 최근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일본 만화영화를 인터넷 등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 본 뒤 감상평과 평점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희한한 행사를 실시했다. 감상평을 올린 사람에 한해 1000원만 내면 극장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특혜’도 줬다. 불법 다운로드를 막아야 할 극장운영 업체가 오히려 불법을 권장(?)한 셈이다.
이에 대해 CJCGV 측은 당당하게 구설수 마케팅임을 밝히고 있다. CJCGV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시작한 의도는 불법 다운로드를 공론화해서 이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불법 다운로드의 경험이 있다면 아예 이를 공론화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법 다운로드는 영화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도 별다른 규제가 없고 이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이다. 그래서 불법 다운로드의 심각성을 생각해보자는 계도 차원에서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돈을 벌 목적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CJ 측의 구설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CJ는 지난 12일 자회사를 통해 로또 복권 사업자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CJ는 이날 오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엠넷미디어가 100% 지분을 가진 엠넷과 함께 로또복권 운영 및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되면 다음달 중 180억~25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했다.
반면 기존 사업자인 국민은행은 평판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사행사업인 로또사업이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CJ그룹이 이처럼 구설수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 송창의 tvN 대표는 얼마전 인터뷰에서 tvN이 한국 방송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이 돼야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시청자의 눈을 끌기 위해선 논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