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1일부터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택배비를 최대 100원 올렸다.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2년 만의 일로 소형은 90~100원, 중형은 50~100원 각각 인상됐다. 대형 택배의 경우는 농·축·수산물 등을 취급하는 영세 판매자 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로 가격을 인하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일부 핵심 거래처의 경우는 단가가 동결됐다.
문제는 CJ대한통운이 이미 택배업계 전체를 통틀어 단가가 제일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단가 인상으로 인한 고객사 이탈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일하는 한 택배 기사는 “제 구역에서 담당 중인 한 중견기업의 경우 원래 제가 전체 택배 물량의 60% 정도를 맡아 배송했다. 근데 이번에 가격을 올리면서 쿠팡이 50% 넘게 가져가고 제가 배송하는 물량이 현저히 줄었다”라며 “지난 한 달간 평일 기준 기사 일인당 하루에 50개 이상의 박스가 줄었고 월수입은 약 100만 원씩은 감소했다”라고 전했다.
성남시에서 일하는 다른 택배 기사는 “CJ만 단가를 올렸기 때문에 집화 쪽 분들에게 듣기로는 이탈이 많다고 들었다. 현재까지 10~20% 정도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주 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회사에서 당일배송 물량 등을 직영이나 다른 위탁업체로 빼고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대리점 기사들이 취급하는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정도 감소했다. 현장을 잘 아는 지사 사람들이나 대리점 소장들 얘기로는 향후 최대 40%까지도 줄어들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대리점 소장은 “단가 인상과 함께 고객사가 10% 이상 이탈했는데 여기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른 택배사들이 워낙 저단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지금 맺고 있는 계약이 끝나면 우르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비 단가를 인상한 이유는 수익성 악화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증가하지 않는 반면 영업이익은 20%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이 지난 1월 5일 도입한 ‘주 7일 배송’의 여파가 1분기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말 근무 탓에 간선차, 허브터미널 운영 등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1.5배 늘어난 반면 배송 물량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풀필먼트센터에 재고를 적재해놓고 운영하는 쿠팡의 경우 주말에도 꾸준한 물량을 출고할 수 있지만 고객사의 상품을 받아서 운송해야 하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주말 물동량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주 7일 배송 시행 이후 물동량은 소폭 늘어났으나 여전히 평일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사들도 주말에 굳이 1.5배씩 인건비 써 가면서 발송하지 않는다. 원래는 토요일에 집화된 물량을 월요일에 배송했다면 지금은 같은 물량을 일요일과 월요일로 반반씩 쪼개서 배송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용적이지도 않고 여전히 화요일 물량이 제일 많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 때문에 단가 인상을 추진하면 결국 소상공인은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또한 “셀러들이 상품 가격을 올려 배송비 상승분을 전가하거나 CJ대한통운에서 이탈하거나 둘 중 하나다. 작은 회사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거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라며 “향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물동량 회복이 키포인트가 돼야 하는데 다소 성급하게 단가를 인상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최근의 물량 감소는 판가조정보다 경기침체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위축된 영향이 크며, 실제 전체 택배업계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택배판가 조정은 매일오네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이 아니라 최저임금과 공공요금, 유류비 등 다양한 원가부담 증가로 인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판가인상을 계획했으나 소비자 부담 증가를 고려해 연기하고 회사가 원가부담을 감내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오네 시행 초반에 비해 휴일 물량이 최대 60%까지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서비스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주 7일 배송에 따라 높아진 노동 강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CJ대한통운이 지난 3월 넷째 주부터 택배 기사들의 휴식을 강제하기 위해 주 7일까지만 연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업무 프로그램 로그인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약 10%를 차지하는 택배노조 조합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사들은 주 7일 배송이 시작된 1월 5일부터 휴일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원영부 전국통합운송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실에서는 주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사들이 휴대폰을 2대씩 쓰면서 로그인 제한을 우회하는 등 편법이 난무한다. 원청은 여전히 대체 인력이나 주 5일제 보장 얘기는 없는 상황”이라며 “쉬고 싶어도 못 쉰다. 주 7일 배송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리점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인 소장들이 책임을 다 떠맡은 상황이고 기사들도 어쩔 수 없이 다 같이 주 7일 근무를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관련기사 [단독] ‘주 7일 배송’ 나선 CJ대한통운, 대리점과 맺은 신규 계약서 문제 없나).
CJ대한통운은 ‘매일매일 오네’ 배송이 택배기사의 근무일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로테이션 근무를 통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기존과 달리 기사들이 공동 권역을 갖고 일정에 따라 공휴일을 나누는 ‘스케줄 근무’ 방식이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다른 대리점 소장은 “주말에 자기 구역에서 일하면 수수료가 25%, 남의 구역은 40%지만 물량이 적어서 하루 1만 원 정도 더 버는 수준이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구역에서 근무하면 시간은 더 걸리고 실수나 분실 위험도 커져 부담스럽다”라며 “마찬가지로 본인이 쉬면 동료가 해당 구역을 대신해줘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쉬는 것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너도나도 하루도 못 쉬고 3개월째 출근하고 있기 때문에 만성피로가 쌓여서 다들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라고 지적했다.
앞서의 물류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이나 말단에서 배송을 수행하는 기사들의 피로도가 점점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현행 주 7일제가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그간 최저임금이나 유가 상승 등 다양한 원가 인상 요인들이 있었지만 여러 부담 때문에 지난 2년간 요금 조정을 하지 못했다. 일괄적으로 내리거나 올리는 방식은 아니고 내부 기준표에 따라 각 고객사와 개별 협의를 통해 가격이 조정된다”며 “주 7일 배송은 현재는 스케줄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완전히 정착되면 병원처럼 안정적인 주 5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서비스 안정화와 물량 평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앞당기려고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