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에서는 기존 국민의힘 후보들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한덕수 대행이 이 후보 대항마로 급부상한 배경이다. 특히 당 주류인 친윤계 인사들이 한 대행 출마에 우호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4월 13일 한덕수 대행을 향해 “이미 우리 당의 정말 많은 의원들께서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했다”며 “한 대행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앞으로 일할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취임해야 한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면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경험 많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한 대행은 경제 통상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폭넓은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와 인품, 실력, 경륜은 혼돈의 대한민국을 새로운 질서의 대한민국으로 이끌어낼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의원은 4월 14일 TV조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대행 출마가 필요하다. 정확히 54명이 되는 당내 의원들이 한 대행 출마 촉구 성명서에 서명했다”며 “딱 국민의힘 의원들 절반이다. 당직자를 제외하고 한동훈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출마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한 대행은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미국발 통상전쟁 대응 관련해 “내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한 대행의 한 측근 인사는 “한 대행이 원래는 대권에 뜻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또 여당과 주변에서 출마를 끊임없이 구애하자 (출마에) 긍정적인 스탠스로 돌아선 것 같다”고 했다.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지지율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4월 9~11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 ‘여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48.8%), 김문수 경선후보(10.9%)에 이어 한덕수 대행은 8.6%를 기록했다. 한 대행은 대선 후보군에 처음 포함됐는데, 단숨에 범보수 후보 중 2위에 올랐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4월 14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한 대행은 15.8%로, 12.5%를 보인 김 후보를 누르고 1위에 등극했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459명만 따로 분류해서 보면 한 대행과 김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8.2%와 18.2%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 대행이 급부상하자 일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그를 향해 견제구를 보내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4월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출마하고 싶은 내심이 좀 있어 보이는 것 같다”며 “현재 한덕수 대행의 모습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후보 역시 4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거칠게 비유하자면 테마주 주가조작 같은 것”이라며 “대중들의 요구가 있다기보다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특정인들의 지지를 한번 몰아줘보자,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4월 13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한마디로 지금 당에서 하는 경선은 눈가림이고 실제 판은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베일에 가려 있지만 각본을 쓴 건 물러난 대통령과 여사의 측근들일 가능성이 있고 감독은 친윤 지도부, 연출은 일부 찐윤 의원들”이라고 추측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역시 4월 15일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한덕수 대행의 부인이 지난주에 김건희 여사와 양평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과 한덕수 띄우기가 본격화된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 대행은 국무총리로서 윤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해 탄핵에 이르게 했다. 내란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며 “그런 한 대행이 윤 전 대통령과 뒤로 의논해가며 대선을 출마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실제 한덕수 대행은 ‘사법리스크’에 걸려 있다. 한 대행은 내란 혐의와 관련해 2024년 12월 경찰에 한 차례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면서 또 다시 ‘위헌’ 논란에 직면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5일 만인 2017년 3월 1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19대 대선 선거일을 공식 확정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행은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 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내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직무대행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덕수 대행은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2주일, 21대 대선 선거일을 확정하고 열흘이 지나도록 본인의 대선 출마 여부에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었다면 대선 선거일을 확정하는 순간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어야 한다. 지금은 심판 역할을 하다 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겠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앙일보는 4월 9일 한 소식통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덕수 대행과 처음으로 통화하면서 대선 출마 의향을 직접 물어봤다고 보도했다. 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는 한덕수 대망론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의 대화는 공개되면 안 된다. 한 대행이나 총리실에서는 대화를 유출한 사람에 대해 징계를 하거나 고발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럼 누가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할 거냐’ 물은 내용을 흘렸겠느냐. 한덕수 대행 측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상 대선 출마 준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전 총리 역시 2017년 박근혜 탄핵정국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당시 이러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 10명 중 6명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이 66%, ‘바람직하다’는 24%로 나타났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