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26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에 “이번에 쌍특검법이라든가 헌법재판관 임명 부분에 대해 총리께서 소신과 법률에 위반되지 않게 하신다 하면 아마 그것이 우리 한덕수 총리를 대권 후보로 (만드는 데)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우리 의원님들이 많이 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한덕수 권한대행이 차기 주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한덕수 대망론은 주목받지 못했다.
3월 24일 헌법재판소는 한 대행 탄핵을 기각했다. 4월 4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한 대행은 4월 8일 같은 달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79학번)와 사법연수원(23기) 동기다. 비상계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함 부장판사는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지탄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혹시 누가 등 떠밀었나?”…한덕수, 논란의 헌법재판관 지명 속내).
두 사람이 임명되면 헌재는 진보2(민주당 지명) 중도보수3(대법원장 지명) 보수4(대통령·국민의힘 지명)로 재편된다. 국민의힘으로선 가뭄에 단비 같은 결정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국민의힘을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내란·외환죄로 파면되면 정부가 바로 소속 정당에 대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도록 하는 법안을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당일 한 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한 대행은 조선, 액화천연가스, 무역균형 등에서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건지 질문했고, 한 대행은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이 출마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여권에선 친윤계를 중심으로 출마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호남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도 4월 10일 한 대행 출마를 요청했다. 이들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결정이 한 대행의 강단 있는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경제·협상 전문가의 면모를 보였다고도 했다.
한덕수 대망론 이면에 이재명 대항마가 없다는 여권의 고민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를 받아 4월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 반대파’에 속한 후보들 모두 이재명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모두 50%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35%) 홍준표 전 대구시장(36%) 오세훈 서울시장(37%) 등은 40%를 넘지 못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한 관계자는 “(친윤계에서는) 밀 만한 사람을 밀어서 당권을 잡아야 한다. 대선이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 김문수 전 장관은 중도층을 못 잡는다. 오세훈 시장은 명태균 이슈가 있다”면서 “한 총리는 대선 본선에서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지금 트럼프 위기 때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할 수 있는 역할도 크지 않나”라고 말했다.
친윤계에서는 교통정리가 시작된 모습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기현 의원,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책임을 지기 위해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그 이면에는 친윤계 표 분산 방지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반대 진영을 이끌었던 윤상현 의원은 4월 8일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타진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한 대행 출마를 원하는 윤 대통령 의중을 반영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출마 가능성은 낮아
국민의힘 지도부도 한 대행에게 출마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인지도가 높은 한 대행이 출마할 경우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호남(전라북도 전주) 출신인 한 대행이 호남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흐른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 폭탄’ 후엔 외교와 경제에 강점이 있는 한 대행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4월 11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한 대행 차출을 주장하는)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바 없다”면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가 우리 당 경선에 많이 참여하는 것은 컨벤션 효과를 높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한 대행 출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은 4월 9일 당 지도부 오찬에서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여당인 저희에게 바라는 바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 영입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국민들이 곱게 볼 것인지 우려하는 심정”이라며 한 대행 출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영입 인사인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겪은 다음에도 또다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4월 10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한덕수 대행 출마 요청’ 연판장에 서명을 추진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보수는 자존심도 없나. 매번 바깥에서 새 인물만 찾는 기회주의적 행보를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한 대행 역시 주변에 출마 의사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야당의 검증 공세가 부담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을 ‘내란 대행’이라고 부르며 벼르고 있다.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후임들을 지명한 후엔 기류가 더욱 악화됐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한 대행이 오히려 나오면 좋겠다. 기다리고 있다. 철저하게 파헤쳐서 (출마를) 후회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경선 일정도 촉박하다. 4월 14~15일 후보등록이 진행된다. 1차 경선 결과는 4월 16일 발표된다. 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전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한덕수 꽃가마는 없다’며 출마 뜻이 있다면 속히 경선에 참여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한 대행을 탄핵할 경우 상황은 변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대행 탄핵 의견이 분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마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국민의힘 예비 후보 마감일인 4월 15일 이후 탄핵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4월 8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탄핵한다면 다음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행이 탄핵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탄핵을 명분으로 사퇴한 다음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이다.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전에만 사퇴를 결정하면 된다. 이후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단일화하면 보수 단일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공은 한 대행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한 TK(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예단할 수는 없다. 한 대행 본인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