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재명 전 대표가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확실한 ‘원톱’이 보이지 않는다는 고민은 깊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분열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란 관측도 높다.

탄핵 국면으로 초상집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여당의 대선 경선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 출마자는 당초 10명 안팎으로 점쳐졌지만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4월 8일 각각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4월 8일 장관직을 사퇴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4월 9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당적이 없었던 그는 출마 선언과 함께 국민의힘 복당 절차도 끝냈다. 한동훈 전 대표는 4월 10일 국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13일 출마선언을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월 14일 서울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출사표를 던진다. 그는 대구시장 사퇴를 이미 선언했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 선거 사무실까지 계약했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은 4월 9일 출마 선언을 했고 이장우 대전시장 등 다른 광역단체장들의 대권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던 유승민 전 의원 외에도 나경원 의원이 4월 11일 출마 선언을 했다.
윤상현 의원 등을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현역 의원들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좌장’이었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도 나오고 21대 국회의원을 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당내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었다.
이처럼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했거나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만 15명 안팎이다. 이 경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게 된다. 2022년 20대 대선에선 12명이, 2017년 19대 땐 9명이 경선에 도전했다. 2012년 18대 경선은 5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양상이 다르다는 분위기가 여당 내에서 강하게 감지된다. 무엇보다 2017년에는 여권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라는 두 개 정당으로 쪼개져 대선을 치렀지만 이번에는 분열이 없다. 무당층에서의 비토 기류가 강한 이재명 전 대표와의 일대일 대결이라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인식이 강한 점도 경선 후보들의 ‘풍년’ 이유로 꼽힌다.
또한 2026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점, 그리고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지더라도 당권 경쟁이 남아있다는 측면도 과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번 대선 경선이 몸집 키우기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 숫자가 급격하게 불어나자 국민의힘은 경선 준비에 속도를 올렸다. 4월 7일 대선 경선 선관위원장에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을 선출한 국민의힘은 후보가 많다는 점을 활용해 주목도를 극대화하는 경선 규정을 만들었다.
두 차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대선후보를 각각 4명과 2명 순으로 압축하되, 4인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2인 경선 없이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 1차 경선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흥행 주목도를 높이고, 2차 경선은 ‘선거인단(당원) 투표 50%·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경선 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 장치도 적용된다.
2022년 대선 땐 1·2차 예비경선을 통해 8명, 4명으로 압축했다. 이를 통해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등 4명의 후보가 본경선을 치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권뿐 아니라 당권 등 그 후를 보는 것 같다”면서 “어찌됐건 후보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민주당보다는 훨씬 많은 주목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풍요 속의 빈곤, 경선 내홍도 걱정
후보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지형임에는 분명하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잠룡들 지지율을 더해도 이재명 전 대표에 못 미치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선수는 넘쳐나지만 이재명 전 대표를 제치고 결승골을 넣을 스트라이커가 있느냐는 물음표가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모셔오자는 얘기가 자꾸만 나오는 것도 이런 걱정의 연장선에서 풀이된다. 현재 거론되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한덕수 차출론’ 밑바탕에 깔려 있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한 대행을 놓고 막판 단일화를 시키자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대선 경선 출마자로 예상됐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이 한 대행을 밀고 있다는 전언도 뒤를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영입론이 부상했던 것과 비슷한 경로가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행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대행은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마라”며 출마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윤상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선 출마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 가보면 후보가 많기는 한데 이재명 전 대표와 맞설 강펀치가 없다는 유권자들의 제언이 봇물을 이룬다”며 “이런 목소리를 들어보면 한 대행이 훌륭한 주자가 될 수 있는데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던 황교안 대행과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어 사퇴 시한(대선 30일전) 직전에 출마 선언을 한 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 관계자들 중에선 경선 과정에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친윤과 비윤, 그리고 반윤까지 나오면서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탄핵 찬성파(찬탄)와 반대파(반탄)로 나뉘어 집안싸움을 벌였다. 경선 과정에서 이러한 내홍은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찬탄파와 반탄파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4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4월 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후 윤 전 대통령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만났는데 “주변 인사들의 배신에 깊이 상처받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한동훈 전 대표 등 ‘찬탄파’를 때린 발언으로 풀이됐는데, 이는 향후 ‘배신자 프레임’이 여당 경선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 사건이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같은 당 경쟁 그룹으로부터 불거졌듯이 요즘 대선 경선은 피아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다”며 “경선 파찰음이 본선에서 큰 분열과 표 상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2017년 탄핵을 겪어본 국민의힘이 대선 국면에서 극도로 경계하는 변수 중 하나는 외풍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기억이 소환되는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탄핵 파면된 직후 ‘대통령 직’이라는 방어막이 무너졌고, 이내 구속 기소됐다. 내란 혐의 등을 받고 있고 이미 체포된 바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잡기가 힘들 것이란 게 당시를 경험해본 전직 국민의힘 의원들의 한목소리다.
박 전 대통령 경우, 파면 직후부터 2017년 5월 9일 대선 직전까지 ‘검찰 소환 조사→구속영장 청구→영장 실질 심사→구속 기소’ 등의 절차를 거쳤다. 그때마다 신문과 방송에는 검찰이 적시한 박 전 대통령 혐의 내용이 크게 보도됐고 수백억의 뇌물을 받은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처지가 됐다. 대선을 치르는 당시 여당으로서는 치명타였다.
뿐만 아니었다.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이 기소한 최서원 씨(최순실의 개명된 이름) 등에 대한 재판이 당시 대선 기간 진행됐고, 이 뉴스 역시 여당을 옥죄고 민주당에 힘을 주는 결정타가 됐다. 자고 나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왔고 그때마다 여당은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친박계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이 후보가 많다고 해서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위협 요인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선 국면 내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나쁜 소식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일부 과오는 화끈하게 인정하되 잘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등 차별적으로 접근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완전 동조화가 아닌 선택적 동조화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부국장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