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추석 때 A 씨는 B 씨에게 “아줌마 나와”라고 하면서 문을 크게 두들겼고,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는 A 씨와 B 씨의 아들은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한다. 경찰도 출동했지만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A 씨의 과격한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집 천장을 망치로 툭툭 치는가 하면 새벽에 악기를 연주하면서 윗집을 향해 소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임대아파트 거주 기간인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거 조치됐고, 나가면서 아파트 주민들을 향해 “가만두지 않겠다”며 고성과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모친이 살던 인근 빌라로 거처를 옮겼는데, 이 빌라에서도 다른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한 동네 주민은 “학생들이 농구공을 튀기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A 씨가) 평소에도 ‘뭘 쳐다보냐’면서 주민들을 위협했다”고 했다.
A 씨는 지난 4월 21일 오전 8시쯤 가족에게 “미안하다.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는 유서와 함께 5만 원을 남겨 놓고 집을 나섰다. 그는 인근 빌라에 기름을 붓고 농약 살포기로 추정되는 도구를 이용해 불을 질렀다. 총 3곳의 인근 빌라에 방화를 한 뒤 A 씨는 오토바이에 기름통 2개를 싣고 자신이 거주했던 봉천동 아파트로 향했다. 오전 8시 17분쯤 A 씨는 401호와 404호에 불을 질렀으며, 3층과 4층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전신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다만, 피의자가 사망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별다른 연관이 없던 404호에도 불을 질렀다는 점을 고려해 ‘무차별 방화’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친인척과 이웃에 대한 참고인 조사, A 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토대로 계획범죄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화 사건을 계획범죄로 보지만, 층간소음을 범행 동기로 한정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화기를 미리 준비했고, 유서를 남기고 방화 ‘예행연습’을 하는 등 철저히 사전에 준비된 계획범죄”라면서 “개인의 차이가 있지만 공동주택에 사는 경우 층간소음은 다 느낀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거나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 병적으로 소음에 민감한 것은 사실상 정신적인 문제도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층간소음이 벌어진 시점은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 사이다. 층간소음이 하나의 요인은 돼도 유일한 요인일지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면서 “A 씨는 평소 갈등을 빚어왔던 401호와 3세대 떨어진 404호에도 불을 질렀고, 여기저기 욕설을 하고 분풀이를 했다는 주민들 증언을 봤을 때 정신적인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층간소음을 ‘상수’로 놓고 수사할 경우 다른 원인을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