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정책을 자문하기 위해 수립된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다. 헌법 제92조에 근거해 1980년 설치됐고, 1981년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1987년 헌법 개정에 따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로 이름을 바꿨다. 1999년 이후 자문위원회의가 출범했다. 자문위원들은 국내외 여론 수렴, 통일 및 외교 정책 건의, 통일 운동, 재외동포 네트워크 강화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임기는 2년이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잔여 임기가 남아 있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계속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11일 석동현 변호사를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석 변호사는 사무처장 취임사에서 “제20기 민주평통 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그사이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고, 새 대통령께서 취임하셨다”며 “새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을 재편해서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사 이후 ‘자문위원 물갈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사모 회원 등용’ 발언도 논란이 됐다. 석 변호사는 2022년 10월 27일 최성덕 ‘윤석열을사랑하는모임(윤사모)’ 중앙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주사파 세력들은 SNS 등을 잘 활용하면서 6개월도 안 된 윤 대통령을 탄핵 운운하고 있다”며 “현재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평통자문위원회에 참신하고 국가관이 뚜렷한 윤사모 회원들도 많이 등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이 되자 석 변호사는 2023년 10월 11일 국정감사장에서 덕담 수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출장 일수는 태영호 사무처장 10일, 김창수 사무처장 14일, 배기찬 사무처장 20일이다. 석 변호사는 총 62일이다. 최대 6배에서 최소 3배가량 많은 일수다. 항공료는 석 변호사가 6443만 9273원을 사용했다. 배 사무처장보다 약 2.76배, 김 사무처장보다 약 3.76배, 태 사무처장보다 약 7.34배 더 많이 사용했다. 석 변호사가 사용한 총체재비는 976만 원이다. 체재비는 해외 출장 때 업무, 숙식 등에 들어가는 경비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18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역임한 정세현 전 장관은 “사무처장하고 평통 수석부의장은 역할 분담을 한다. 수석부의장이 가는 데는 사무처장이 가지 않는다. 많이 (출장을) 갈 수가 없다”며 “김관용 수석 부의장이 윤석열의 친구라고 그러니 찍소리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논란의 인물들 대거 위촉
2023년 8월 25일 21대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새로 위촉됐다. 20기보다 1000명 더 많은 2만 1000명이 임명됐다. 석 변호사가 첫 해외 출장을 간 지 약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간부급은 90%가 교체됐다. 민주평통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찍어 누르기 시도’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석 변호사는 “전체 자문위원 기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교체율은 69%, 박근혜 정부 51%, 문재인 정부 63%였다”며 “새 정부 출범 후 첫 인사인 만큼 정무적 판단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때 논란의 인물들이 위촉됐다. 애니 챈(한국명 김명혜)이 대표적이다. 애니 챈은 글로벌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다. 그가 맡은 글로벌전략특별위원회는 해외 동포를 위촉해 각 분야 전문가를 키워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자리다. 윤 전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니 챈은 윤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미주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파면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서기도 했다. 3월 8일 LA한인타운에서 미주윤석열대통령탄핵반대위원회가 집회를 열었다. 이 위원회 위원장은 강일한 민주평통 미주 부의장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형선 회장은 휴스턴 협의회장이다. 헬렌장 회장은 휴스턴 협의회 상임위원이다.
헬렌장 상임위원은 2024년 9월 민주당사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172석 민주당이 민생국회는 실종된 채 정쟁 국면으로만 몰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뭘 잘못했기에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를 열고 탄핵정국을 조성하고 있나”고 따졌던 인물이다.
미국 한인사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석 변호사가 구축한 민주평통 네트워크 등이 미국 연방 의회 의원들에게 접근, 한반도 종전 법안을 막아달라는 로비 활동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한반도 평화법안은 좌초됐다고 했다. 당시 대북 강경론자인 한국계 영김 의원 등이 이 법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탄핵 반대 집회에 민주평통 관련자들이 몸담은 것도 이 같은 네트워크 구축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다만 정세현 전 장관은 “재외 국민 투표는 평통 사무처장이 컨트롤할 수 있는 대상들이 아니다”고 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4월 25일 일요신문에 “내가 근무한 기간·시점이나 제대로 따져봐라. 새 기수를 구성한 지 넉 달 만에 그만두고 나온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재차 해외 출장을 많이 간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