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둘러싼 해프닝에 지난 봄에 벌어진 기아차 파문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부터 정재계 일각에서 ‘기아차 위기론’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기아차는 2006년 2분기 이후 연속적으로 적자가 나면서 단기차입금이 늘고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지난 1분기만 해도 경고등이 깜빡이는 상태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선 이를 심각한 위협이라기보다는 통제 가능한 일상적인 경영 변수로 보는 편이었다.
그러다 지난 4월25일 기아차 체코 현지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기아차 위기론’이 기사화됐다. 쉬쉬하던 게 터진 셈이다. 물론 정 회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간단하게 일축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에서 이를 진지하게 검토한 ‘보고서’를 4월 말 내면서 일이 커졌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이‘기아차의 위기가 현대차와 모비스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제목의 영문 보고서를 낸 것. 우연의 일치인지 이 보고서가 암암리에 시중에 번져나가던 기아차 위기론을 부추긴 꼴이 됐다.
때문에 현대차 수뇌부에선 적잖이 당황해하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3월에도 삼성증권에서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공격적 투자로 인해 현금유동성이 급감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기에 더욱 그랬다.
삼성그룹에서도 현대차 쪽의 이런 반응에 놀랬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 간의 감정대립으로 번질 뻔한 위기는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이 직접 현대차를 찾아가 ‘오해’를 푸는 형식으로 정리됐다.
이런 소동이 벌어지던 때인 4월 27일 현대차는 5만 8000원으로 바닥을 친 뒤 계속 상승흐름을 타면서 최근에 7만 5000원대까지 오르며 탄탄한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도 지난 5월 18일 현대차에 목표주가를 7만 8900원으로 잡고 ‘매수’로 상향조정하는 보고서를 낸 데 이어 6월 13일엔 8만 6800원으로 다시 올렸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
그룹전쟁까지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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