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문동주는 2023시즌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KBO리그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km대 강속구를 던지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지난해 후반기 어깨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한 문동주는 강점인 빠른 공과 포크볼을 결정구로 구사하며 9이닝당 볼넷이 1.21개로 뛰어난 제구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의 ‘강력한 5선발’로 눈부신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문동주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어느덧 프로 4년 차. 마냥 신인일 것 같은 문동주에게 김서현, 황준서, 정우주 등 후배들이 늘어났다. 그만큼 책임감도 강해졌을 터. 문동주는 올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보이는 데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팀에게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했다. 내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컸지만 팀에 도움이 못 됐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런 아쉬움을 비시즌 강도 높은 재활 훈련으로 풀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과정들이 지금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에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구속이나 투구수가 선발 투수의 행보에 못 미치다 보니 잠시 ‘불펜 전환설’이 나돌기도 했다. 물론 김경문 감독이 직접 진화에 나서며 문동주의 불펜 전환설은 해프닝에 그쳤지만 당시 선수가 느꼈을 감정은 복잡했을 것이다.
“시범경기 전까지 기대했던 몸 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실망하기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잘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분명 마운드에서 좋은 공을 던질 자신이 있었다. 물론 나도 불펜 전환과 관련된 소문을 들었고, 조금 신경이 쓰인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정규시즌에서 불펜으로 나선 적이 없기 때문에 걱정도 됐고, 만약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된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도 됐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뿐, 잡음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할 일 열심히 하면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했다.”

문동주는 비시즌 동안 포크볼 연마에 나섰고,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집중 훈련을 통해 올 시즌 포크볼을 결정구로 활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동주는 4월 26일 KT전에서 20개의 포크볼을 던졌고, 8개의 탈삼진 중 6개가 포크볼이었다.
“물론 포크볼을 많이 던지다 보면 손톱이 깨지는 확률이 높겠지만 그건 내가 잘 관리해야 할 몫이다. 손톱 이슈에도 불구하고 포크볼을 다시 꺼내든 건 포크볼을 던졌을 때 타자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포크볼을 던지기 전 박승민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포크볼을 구사해야 하는지 대화를 이어갔는데 예상 시기보다 내가 더 빨리 포크볼을 꺼내 들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코치님과 다시 포크볼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코치님도 포크볼 구사에 굉장히 긍정적이셨다. 원래 던졌던 구종이고, 조금만 연습하면 더 잘 던질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포크볼을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문동주는 KT전에서 탈삼진 8개 중 6개가 포크볼로 잡은 삼진이라는 설명에 “정말 기분 좋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지금은 타자들이 내 포크볼을 처음 보는 거라 초반 승부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만 이 구종이 타자들 눈에 익숙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나 또한 포크볼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좀 더 가다듬을 필요는 있다. 다행인 건 포크볼뿐 아니라 직구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점이다. 결정구나 승부구로 포크볼 외에 직구도 던질 수 있다 보니 타자 입장에선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5선발’ 문동주가 4월 28일까지의 성적 중 가장 눈에 띄는 기록으로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84로 전체 1위다. 규정이닝에 0.1이닝 모자라 공식 순위에 들진 못했지만 그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 3년 동안 9이닝당 볼넷이 3.27개였던 그가 올 시즌에는 9이닝당 볼넷 1.21개다.
“WHIP가 낮으면 주자가 나갈 확률이 적고, 그러다 보면 수비하고 있는 형들이 좀 더 빨리 이닝을 마치고 들어와 쉬고 타격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기 때문에 팀도, 나도 이 기록이 정말 반가울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렇게 눈에 띄게 좋아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동주는 올 시즌 포크볼을 구사하며 체인지업을 던지는 비율이 현격히 떨어졌다. 문동주에게 “더 이상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는 것이냐”라고 묻자 문동주는 “아직 체인지업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답한다.
“고교 시절 체인지업을 배워 재미를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도 체인지업에 대한 고집이 있는 편이다. 지금 포크볼이 좋아서 체인지업으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체인지업에 대한 미련까지 내려놓진 못했다.”
문동주는 투수코치들 외에 한화에는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투수들이 많다고 자랑한다. 특히 선발로 활약 중인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엄상백은 문동주가 직접 다가가서 다양한 질문을 건네고, 같이 연습하면서 답을 찾아 나가게 만드는 중요한 선수들이다.
“요즘 코디 폰세 선수와 함께 있는 장면이 자주 잡히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코디 폰세 선수 외에도 (엄)상백이 형 마운드에서의 태도라든지, (류)현진 선배님이 선발 경기 앞두고 준비하는 루틴과 (라이언) 와이스 선수가 타자를 상대할 때의 마음가짐 등을 옆에서 보며 굉장히 많이 배우고 느끼는 중이다. 우리 팀 선수들이 야구도 잘하지만 정말 똑똑한 선수들이 많다.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 그분들 수준에 맞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문동주가 가장 가까이 지내는 선수는 엄상백(29)이다. 선발 중에서는 문동주(22)와 나이 차이가 가장 적다. 문동주는 ‘상백이 형’의 조언과 경험을 통해 좋은 투수로 성장 중이다.
“우리 팀이 요즘 좋은 성적을 내는 배경에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배님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나이 어린 선수들은 그 선배님들을 보고 따라가면 되고, 선배님들과 자주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선배님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다 보면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도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다. 이토록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을 시즌 끝날 때까지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나부터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