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K-푸드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식품 부문 해외 사업 매출이 증가해 전체 매출·영업이익도 성장했다. 하지만 바이오 부문 자회사들의 상황은 정반대여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2021년 CJ제일제당이 2661억 원을 들여 지분 76%를 인수한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바타비아)’의 사정도 좋지 않다. 바타비아는 네덜란드 소재 바이오 기업으로 2023년 말까지만 해도 인수 당시보다 소폭 늘어난 지분 가치를 보였으나 2024년 말 바타비아의 장부상 가액은 1586억 원, 영업권 가치는 1089억 원으로 나타났다. 인수 당시와 비교해 기업 가치가 반 토막이 났다.
그린바이오(바이오산업 중 유전자 변형 농축산물, 유전자 변형 식품 등 농업 관련 산업) 부문에서는 자회사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순탄치 않다. CJ제일제당이 2017년 3600억 원을 들여 브라질 현지 식품기업 ‘세멘테스 셀렉타’ 지분 90%를 인수한 현 CJ셀렉타는 수년간 성과가 저조해 최근 매각이 추진된 바 있다.
CJ셀렉타는 가축의 사료 원료로 쓰이는 농축대두단백 부문 세계 선두 기업이지만 2024년 매출은 7140억 원, 순손실 122억 원을 기록했다. CJ셀렉타를 미국 대두 가공품 기업 ‘번지’의 브라질 자회사에 매각해 바이오 부문 사업 재편을 도모했지만 지난 28일 CJ제일제당은 매각 작업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거래 선행 조건 충족 가능성이 불투명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계약상 권리를 행사해 거래상대방에게 계약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당초 바이오 부문을 매각해 얻는 대금을 본업인 식품 사업으로 돌려 관련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8년 제약사업을 영위하던 CJ헬스케어 지분을 매각한 뒤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컴퍼니 인수에 뛰어든 전례도 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CJ제일제당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K-푸드 식품사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바이오사업 매각 대금을 활용해 식품 분야 대형 M&A에 나서고, 이를 통해 제2의 슈완스 컴퍼니와 같은 글로벌 도약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 경기가 어려운 데다 K-푸드 물결을 타고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CJ가 바이오 부문 자회사 매각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바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바이오 부문을 매각해 당장의 재무 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했겠지만 계획대로 잘 안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오 부문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룹 실적을 이끄는 핵심 사업인 식품 부문과 관련 투자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부문 매출은 11조 3530억 원으로 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 17조 8710억 원의 63.5%를 차지한다. 이 중 해외 식품 사업 매출은 5조 5814억 원(49.2%)으로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K-푸드 영토 확장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뒀다는 호평이 나왔다. 해외사업 확장과 신사업 진출은 CJ그룹 오너가 4세인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은 미국과 헝가리에 식품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8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바이오 부문 매각이 차질을 빚으며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최근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CJ제일제당 측은 바이오 자회사 매각 철회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매각을 통해서 대규모 자금을 시급히 확보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식품 사업에 대해서는 “핵심 사업인 식품이 북미, 유럽,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고 성과를 거뒀다”며 “내수 경기 침체로 국내 소비가 줄어들었지만 소비자에게 관심받을 수 있는 ‘온리원(ONLYONE)’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바이오사이언스 영업손실에 대해서는 의료파업 영향에 따른 차세대염기서열(NGS) 분석용역 매출이 감소했고, 투자부동산 매각에 따른 임대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CDMO 기업 바타비아의 기업가치 추락에 대해서는 업황 부진 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자산가치를 평가했기 때문으로, 사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