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매입으로 세 남매가 보유한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1.05%, 0.77%, 0.59%로 소폭 상승했다. 최대주주 정몽혁 회장의 지분율(23.62%)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오너 3세가 3년 만에 지주사 지분을 매입한 것을 주목해 승계 시계가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세 남매의 지분율이 1% 내외로 낮아 앞으로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특히 장녀 정현이 대표와 장남 정두선 부사장이 각각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 교체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정현이 대표가 몸담은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2002년 정 회장이 범현대가 품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에 나서며 설립한 회사로 전구 등 조명장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현대코퍼레이션 등과 지분 관계로 묶여 있지 않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정 회장의 아내 이문희 여사(39.07%)가 최대주주로, 가족회사 현대에쓰앤에쓰와 오너 일가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33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402억 원에서 19%가량 하락했지만 2022년까지 200억 원 대에 머물러 있던 것을 끌어올려 상승세에 진입한 상태다. 정 대표의 경영 능력이 점차 입증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남 정두선 부사장은 2014년 현대코퍼레이션에 입사해 지난해 부사장까지 고속 승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상무로 승진하며 싱가포르 계열사 현대퓨얼스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현대퓨얼스는 국내 해운사에 선박 연료유를 공급하는 벙커링(Bunkering) 사업을 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현대퓨얼스 외형 성장 등을 견인, 경영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9년 현대퓨얼스의 매출은 571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3년 1조 1214억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눈여겨 볼 점은 지분구조다. 정현이 대표(1.05%)와 정두선 부사장(0.77%)의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율 격차는 크지 않지만 지분율만 봤을 때 정 대표가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정몽혁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율(23.62%)에 비하면 극히 낮아 결국 경영 승계는 정 회장이 결정할 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선 범현대가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정몽혁 회장이 장남 정 부사장에게 현대코퍼레이션 경영권을 물려주고, 장녀 정 대표에게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넘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정현이 대표가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통해 경영 능력을 차차 입증하고 있고, 지주사 지분도 지속 매입하고 있어 향후 현대코퍼레이션 경영 일선에 등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현이 대표가 보유한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의 지분은 8.64%로 정두선 부사장(9.81%), 정우선 과장(9.41%)보다 낮아 지분 관계가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코퍼레이션은 범현대가로 분류돼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장녀가 등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 철강·자동차·선박 등 무역을 담당하는 종합상사 색깔이 강하고, 사업 부문 매출을 범현대가에 일정 부분 기대고 있어 전통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장녀가 독자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만큼 추후 경영권 승계 시기에 증여·매입 등으로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관계자는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의 지분 구조 등에 대해서 공시된 내용 외에 별도로 알고 있는 내용이 없으며 정현이 대표는 현대코퍼레이션 등 계열사에 몸담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전체 매출에서 트레이딩(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이를 낮추기 위해 신사업 발굴 등에 지속 나서고 있다. 주로 △자동차 부품 △폐자원 재활용 △수소 분야 등에 주목 중이다. 올해 정 회장은 현대코퍼레이션 글로벌전략회의에서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딩 성장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H2(트레이딩 연계 유통사업)과 H3(트레이딩과 무관한 사업)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신사업팀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차남 정우선 과장이 향후 해당 사업 영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남 정 부사장이 기존 무역 업무 등을 이어가면서 차남이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로 형제 경영 체제를 갖출 가능성이 있다.
세 남매의 지분 확보, 경영 승계 전망 등에 대해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관계자는 “알고 있는 내용이 없어 설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