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은 최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 여성이 손흥민과 교제하다 임신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손흥민은 한차례 돈을 건넸으나 여성의 지인이 재차 협박을 가하며 이들을 고소했다.
손흥민이 활동하는 영국 현지에서도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손흥민으로선 유로파리그 결승이라는 최대 일전을 앞두고 있기에 더욱 껄끄러울 수 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023년)을 차지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2018년)을 목에 거는 등 영광을 경험했으나 소속팀에서의 우승 경험은 없다. 세계에서도 정상급 측면 공격수로 평가 받았음을 감안하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간 손흥민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승권 전력과 거리가 있었던 독일 시절(함부르크, 레버쿠젠)과 달리, 토트넘 입단 이후에는 간혹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 입단 2년차인 2016-1017시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호성적을 냈다. 한 시즌간 기록한 패배는 단 4패에 불과했다. 1년차에 단 4골로 기대에 못미쳤던 손흥민도 14골 7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는 첼시에게 돌아갔다. 토트넘으로선 시즌 초반 기록한 4연속 무승부가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프리미어리그 출범(1992년)이후, 최고 순위를 달성한 토트넘에게 우승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2년 뒤인 2019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대회 결승 진출이었다. 손흥민도 그 과정에서 기여도(12경기 4골 1도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과 토트넘이 받아든 결과는 결승전 0-2 패배, 준결승이었다. 대회 결승을 앞두고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을 입어 온전치 못한 상태였다.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박스 내에서 핸들링 반칙이 나오며 페널티킥이 선언돼 경기가 허무하게 기울어졌다.
챔스 결승 진출을 전후로 토트넘의 전력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는 우승을 찾아 팀을 떠났다. 전성기 기량을 자랑하던 이들은 점차 하락세를 맞이했다. 설상가상으로 토트넘의 황금기를 만든 장본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2019-2020시즌 중 팀을 떠났다.

이후 토트넘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무리뉴 이후 또 다른 우승 전문가 안토니오 콘테 선임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구단은 '리빌딩'을 도모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구단 역대 최고 선수 해리 케인을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판매했다. 감독 선임 역시 이전의 기조와 달리 중소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인 엔지 포스테코글루를 선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유망주 위주의 영입 정책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토트넘은 리그에서 끝없는 내리막을 걸었으나 유로파리그에서 기회를 잡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손흥민은 이번에도 실패를 겪는다면 다음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는 모른다.
토트넘 구단으로서도 우승이 간절하다. 이들의 마지막 우승은 지난 2007-2008시즌이다. 이영표가 뛰던 당시 리그컵 트로피를 들었다. '우승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토트넘이 빅클럽이 아니라는 평가를 하지만 이들은 유럽 전체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최대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토트넘은 선수단 가치 5위(8억 3600만 유로, 트랜스퍼마크트 기준)를 자랑한다. 지난 2024년 5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축구 구단 가치에서는 1위 레알 마드리드,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위 바르셀로나 등에 이어 당당히 8위에 올랐다.
토트넘은 2019년 4월 염원하던 신축 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개장했다. 최신 시설에 수용인원 6만이 넘는다. 이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로 구단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가치를 높이는 기반이 됐다.
무엇보다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크기도 하다. 토트넘이 2008년 이후 우승 경험이 없는 사이, 위건 애슬래틱, 버밍엄 시티, 스완지 시티, 레스터 시티 등 적지 않은 중소 구단들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리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은 트로피가 여럿이다. 이에 일부 선수들은 경기장 위에서 관중석의 토트넘팬들과 신경전을 벌이다 우승 경력을 언급하며 우쭐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유로파리그 결승, 손흥민과 토트넘에겐 근래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됐다. 손흥민으로선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그간 두 번의 결승에서 모두 무득점으로 침묵한 바 있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상황, 결승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