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 회장 | ||
오는 9월 지주회사제로 전환되는 CJ그룹은 기존의 CJ(주)가 새 지주회사인 CJ(주)와 사업 자회사인 CJ푸드로 나뉘면서 새 지주회사가 나머지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CJ가 채택한 분할 방식은 회사 재산과 주주 보유주식의 분할을 함께 진행하는 인적분할로 CJ(주) 주식 1주를 보유한 기존 주주는 새 지주회사 주식 0.63주, 사업회사 주식 0.37주를 받게 된다.
이번 지주회사제 전환은 이재현 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이 회장은 CJ(주) 지분 19.73%(598만 주)를 갖고 있다. CJ(주)가 새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로 나뉠 경우 이 회장은 지주회사 지분만 보유하면 되므로 사업 자회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 새 지주회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현 회장은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31%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은 증시에 ‘지주회사 테마’라는 것을 만들 정도로 주식시장의 환대를 받고 있다. 올 들어 지주회사제를 선언한 두산 SK 한진중공업 등의 주가 급등세가 그런 예다.
그런데 유독 CJ만큼은 주식시장에서 지주회사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9만 8000원대에 있던 CJ(주) 주가는 6월 초 CJ그룹 지주회사제 전환 발표 직후 수직 상승해 6월 중순엔 13만 원대를 훌쩍 넘어버렸다. 그러나 그 이후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11만 1500원까지 내려갔으며 7월 들어서도 여전히 12만 원대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인사들은 CJ가 다른 재벌들처럼 지주회사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최근 알려진 CJ개발 비자금 사건을 거론하기도 한다. CJ개발이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차액을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지난 6월 말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수사 발표를 전후로 CJ 주가가 하락세에 놓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이 CJ의 지주회사제 전환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감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CJ개발은 CJ그룹의 지주회사제 전환 과정에서 결코 작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다. CJ개발의 최대주주는 CJ(주)로서 지분율이 99.99%에 이른다. CJ개발은 CJ투자증권(10.95%) CJ엔시티(66.67%) 트라움하우징(100%) 등 손자회사를 거느려 향후 지주회사제에서 주요 자회사 구실을 하게 될 전망이다.
CJ개발은 최근 CJ투자증권 보통주 지분율을 11.06%까지 끌어올렸다. CJ투자증권은 지난 몇년 동안 매각설에 휘말리면서 CJ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구설수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CJ(주)와 CJ개발의 지분이 늘어난 이후에 CJ는 CJ투자증권에 대해 ‘매각 대신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09년 상장을 목표로 자본 확충과 타 증권사 인수에 나설 계획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CJ투자증권의 주요 주주인 CJ개발이 검찰 수사라는 유탄을 맞게 돼 이재현 회장과 CJ그룹의 근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9월 예정인 CJ그룹의 지주회사제 전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까닭에서다.
몇몇 검찰 관계자들은 CJ개발 비자금 수사에 대해 ‘검찰이 건드리고 있는 대형 기업 수사들이 많아서 CJ개발 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대기업 건설 계열사들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려 CJ개발 건이 이 회장과 CJ그룹에 큰 피해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세무당국 고위직 출신 인사가 CJ개발 이사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이 CJ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주회사제 전환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도 안팎의 구설수 때문에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CJ그룹과 이 회장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