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도자의 요건은 도덕성과 효율성이죠. 그중 효율성은 구체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능력입니다. 복잡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려면 도덕성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권에 대해 ‘민주가 밥 먹여주나?’라는 말로 호응하기도 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는 말도 귀에 익숙했다. 그 결과 천민자본주의가 되고 부정부패의 곰팡이가 자라났다. 잘 살아보세라고 했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배우지 못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하면서 박근혜를 담당했던 분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돈에 관심이 없었지만 워낙 권력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 보니까 그래도 돈이 있었던 것 같아. 그 돈의 관리를 최태민 일가에게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어. 최태민 일가가 부자가 된 돈의 출처를 우리는 거기에 있다고 봤지.”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가게 된 원인은 결국 최태민 일가의 돈이었다. 몸종같이 부리던 최태민의 딸이 돈을 관리하고 재벌에게서 돈을 받았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뇌물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을 지켜봤었다. 두 대통령은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했다. 눈에 띄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북방정책을 달성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초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선산이 자신이 가진 재산의 전부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재산을 단 일원도 불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선한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은 실패했다. 신성한 대통령실에서 재벌들로부터 수천억의 뇌물을 직접 받았다. 심복부하들을 시켜 그 돈을 세탁하고 숨긴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재판장은 그 많은 돈을 대통령이 끝난 후에도 왜 몰래 가지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대통령들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후의 문민 대통령들도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당선축하금을 받았다. 그리고 그 돈을 음지에서 세탁을 하고 숨겼다. 그 돈이 순수한 축하의 의미였을까. 문민 대통령 아들들의 구속이 아버지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일까.
회사원 출신의 경영자 대통령을 두고 국정원장이 분노를 쏟아내는 소리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대통령직을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그 죽음의 배경에는 가족이 받았다는 돈 문제가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날개를 꺾어 버리고 바닥없는 허공으로 추락하게 한 것은 돈이었다. 돈은 그들의 국가경영의 효율성이나 공을 모두 지워버렸다. 도덕성을 상실한 대통령들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됐다.
우루과이 대통령인 호세 무히카는 수도 외곽의 허름한 농가에서 아내와 살았다. 낡은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대통령궁으로 출근했다. 대통령 월급의 90%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했다. 중동의 한 부자가 그가 타고 다니는 1987년형 비틀을 1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런 이런 말로 거절했다.
“난 그 차에 애정이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그는 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 아니다. 가난이란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아온 방식이자 국민 대부분이 사는 방식대로 살고 있다.”
하나님은 금그릇 은그릇 흙그릇 등 여러 종류의 그릇 같은 인간을 만들었다. 그중 어떤 그릇을 가장 좋아하실까. 내 생각은 깨끗한 그릇을 가장 좋아하실 것 같다. 깨끗하기만 하면 거기에 능력을 부어주실 것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엄상익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