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한 코미디 장르 영화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곧 개봉을 앞둔 영화가 “‘극한직업’은 우리 영화에 비하면 정말 코미디도 아니다”라면서 “우리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라고 홍보한다면, 아마도 많은 이가 그 영화에 엄청난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영화가 ‘극한직업’을 뛰어넘는 코미디성이 없다면 어떨까. 그 영화는 아마 관객을 속였다는 괘씸죄(?)까지 받을 수 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 있다고 해도, 댓글 창은 온통 악플로 도배될 것이 자명하다. 흥행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마케팅 관계자들이나 영화 제작사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영화가 가지고 있지 않는 미덕이나 장점에 대해서 거론하지 말라”는 말을 철저히 지킨다.
두 번째 금언은 “같이 개봉하는 다른 영화를 흠잡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추석이나 설날 같은 대목시장에는 같은 날 혹은 일주일 차이로 경쟁작들이 동시에 개봉하게 된다.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더라도 “같이 경쟁하는 영화를 깎아 내리거나 비난하지 말라”는 영화 홍보 철칙은 지켜져야 한다. 영화 홍보 과정에서 경쟁작에 아쉬운 점이나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해도, 그 부분을 절대로 강조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관객에게 왜 우리 영화를 봐야 하는지, 이 시기에 우리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우리 영화는 얼마나 장점이 많은지를 강조한다.
제작비가 많거나 유명 배우, 유명 감독이 있는 영화는 통상 인지도가 높다. 인지도가 높은 영화가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영화를 공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혹여나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순간 그 영화는 업계에서 ‘파렴치한 영화’로 치부된다.
세 번째 금언은 “경쟁하는 모든 영화인들은 동료”라는 내용이다. 필자가 제작한 영화 ‘신과함께-죄와벌’과 한 주차이로 개봉한 영화 ‘1987’의 주인공은 같았다. 배우 하정우였다.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하게 되면, 관행적으로 2~3주간은 서울과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무대인사를 하게 된다.
개봉을 먼저한 ‘신과함께’가 하정우 배우를 데리고 먼저 무대인사를 했고, 2주 차로 접어들었을 때 하정우 배우는 자연스럽게 ‘1987’의 영화 무대인사를 돌았다. ‘신과함께’ 무대인사에서 관객들에게 “이제 우리 ‘신과함께’를 보셨으니 다음주엔 ‘1987’을 관람해 달라”고 부탁드린다.
‘신과함께’와 ‘1987’은 경쟁하는 영화지만, 그 영화에 참여한 모든 영화인은 어제의 동료였고, 어제의 동료가 아니었더라도 내일의 동료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존중하는 동료 영화인이라는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대인사가 끝난 뒤풀이도 두 팀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고 소주잔을 나누기도 한다.
이제 곧 대한민국을 책임질 이 시대의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시련과 어려움이 예상되고 대내적으로도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통합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후보들은 이 위기의 시대에 국민의 관심을 끌려고 자신들이 생각하지도 않는, 실현하지도 않을 공약을 남발하지 말기를 바란다. 공약이 재정이나 법규 등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도 냉정히 따져보고 국민에게 약속하기 바란다.
대선에 출마한 모든 후보와 참모는 결국 국민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또 경쟁해야 하는 관계다. 그러나 당선 유무와 진영에 관계없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같이 이끌어가야 할 동료라는 생각을 해주길 바란다. 대선이 끝나면 같이 경쟁한 사람들이 대내외적인 고난과 역경에 맞서 국민과 함께 선두에 서서 싸워나갈 동료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명언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타인보다 우월한 건 고귀한 게 아니다. 진정 고귀한 건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동연 영화제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