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왼쪽), 조영주 KTF 사장 | ||
KTF는 지난 6일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인 ‘쇼(SHOW)’ 누적가입자가 100만 7756명을 기록,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만년 2위였던 KTF가 3세대 시장에서 부동의 1위 SK텔레콤을 추월한 것은 물론 4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까지 등극한 것이다. 이를 가장 기뻐한 사람은 ‘쇼’의 ‘총감독’ 조영주 KTF 사장이다. 조 사장은 내친 김에 “앞으로 500만, 1000만 명을 넘어 세계 WCDMA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쇼’에 일격을 맞은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은 반격을 벼르고 있는 상황. 조영주 김신배, 두 맞수의 ‘이동통신 3차대전’이 재계 맞수 열전의 마지막 승부다.
조영주 김신배, 두 사장은 비슷한 듯 다른 길을 걸어왔다. 두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출신. 같은 해 졸업하고 현대와 삼성 양대 기업에 들어갔다가 자리를 옮긴 이들은 각각 유·무선 최강 기업에 영입돼 각자의 영역에서 승승장구하다 최근에야 무선 시장에서 정면 충돌하고 있다.
1956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조 사장은 대구 계성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졸업 직후 전공을 따라 현대건설에 입사했지만 79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 80년부터 체신부 사무관으로 공무원이 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현대건설에서 일을 너무 많이 시켜 힘들어서 그만뒀는데, 체신부에 와서는 당시 오명 차관 밑에서 일을 더 많이 했다”는 농담으로 당시 인생을 바꾼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정부의 ‘명’에 따라 82년 출범하는 한국통신(현 KT)에 승선하면서 ‘통신인생’을 시작한다. 그런데 간판은 통신회사지만 10여년간 그의 업무 영역은 전공인 ‘토목’이었다. 중앙건설사무소 관리과장, 선로기술연구소 토목연구부장, 건설사업단 토목국장으로 승진한 것. 그러다 94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통공학 박사를 받고 95년 미국 미시간대 글로벌정보통신정책과정을 수료한 뒤 신규사업총괄팀장을 맡으며 ‘토목’에서 벗어난다.
이후 그는 초고속통신추진본부 종합물류망사업국장, 마케팅본부 사업관리실장을 거쳐 98년 사업협력총괄팀장(상무보)에 올랐다. 당시 남중수 현 KT 사장을 상사로 모시고 호흡을 맞추며 승승장구한다. IMT-2000 사업기획단장에 이어 이 사업을 담당한 KT아이컴 대표이사가 된 조 사장은 2002월드컵 개막식에서 세계 최초로 휴대폰 영상통화를 성공시켜 세계에 IT강국 한국을 알렸다. 2003년엔 KTF 부사장으로 건너왔고 2005년 7월에 남중수 사장의 뒤를 이어 제5대 KTF 사장에 등극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인생 2년 선배에다 사장직은 1년 선배, 부동의 이동통신 1위 기업 SK텔레콤의 김신배라는 버거운 상대가 버티고 있었다.
김신배 사장은 1954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과정 중 교육 파견으로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83년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로 유학, MBA를 따고 돌아와 85년 삼성전자 해외사업부 과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영국공장 건립 프로젝트를 맡는 등 실력을 발휘했고 VCR 수출팀장에 이어 90년 부장으로 그룹 비서실에 입성했다. 하지만 비서실 생활 1년 만에 무선호출 사업 진출을 준비하던 건설회사 대호의 기획조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주변의 만류가 심했지만 그는 ‘신사업’의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대호는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는 다시 데이콤의 지분을 갖고 있던 동양그룹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동양의 통신사업도 지지부진했다. 이때가 김 사장의 최대 시련기로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1995년 7월, 민영화 1년을 맞고 있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사업전략담당 이사로 안착, 오매불망 ‘통신의 꿈’을 일군다.
김 사장은 98년 국제전화사업인 SK텔링크와 단말기 사업인 SK텔레텍 설립을 주도했다. 99년엔 하위권이던 수도권 지사장을 맡아 가입자 1000만 명 돌파의 신화 창조에 기여했다. 또 2001년엔 신세기통신 경영지원TF팀장을 맡으며 2년에 걸친 신세기 통신과의 합병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전무에 올랐다. 그리고 2004년 3월 그는 전무에서 사장으로 깜짝 발탁된다.
김신배호가 1년간 자리를 잡고 “이제 국내에서의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해외 시장 개척에 매진할 무렵 KTF 선장에 오른 조영주 사장은 취임사에서부터 경영의 핵심과제를 ‘1등 사업 추진을 통한 1등 KTF’로 제시하며 타도 SKT의 칼을 갈았다. 그리고 2007년 3월 1일,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쇼’를 시작했고 결국 1등을 차지했다.
‘쇼’의 공격을 받던 김신배 사장의 SK텔레콤은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3위 LG텔레콤과 지난 11일 휴대폰 UI(사용자환경) 통합 플랫폼인 ‘T-PAK(티팩)’을 공동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800㎒ 기지국 로밍도 협의하는 등 반 KT연합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유선통신을 끼고 있지 않은 SK텔레콤의 입장에서 유무선통합 시장의 개막은 김 사장에게 또 한번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바야흐로 조영주 김신배의 본격적인 ‘3차대전’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