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예봉이 S 그룹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검찰청사 주변과 법조계 안팎엔 재계 전반에 병역비리 폭풍이 불어 닥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도는 실정이다.
얼마 전 일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병역비리 수사가 진행될 때만 해도 이 사건이 재계를 향한 폭풍우로 확대재생산될 거라 예측한 인사들은 거의 없었다. 연예인 병역 수사 과정에서 재벌그룹의 고위 임원 자제들의 비리 단서가 포착될 거라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최근 검찰이 병역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 A 씨가 근무했던 병역특례 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몇 대기업 임원 자제들의 이름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진다. 연예인 A 씨가 포함된 병역비리 제보가 수사당국에 접수됐는데 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같은 특례업체를 거쳐 간 대기업 임원 자제들의 비리 행적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병역비리 연예인 A 씨가 소속된 회사와 갈등관계에 있던 다른 연예기획사 측이 수사당국에 A 씨를 포함한 병역비리 인사들과 관련된 결정적 제보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국내 최대 재벌 중 하나인 S 그룹이다. 검찰이 파악한 S 그룹 측 병역비리 인사는 S 그룹 핵심계열사의 이 아무개 부회장과 윤 아무개 부사장, 그리고 S 그룹 핵심부서에서 부사장을 지낸 지 아무개 씨 등이다. 검찰은 이 인사들의 아들들이 병역특례 업체에 들어가 비지정업무에 종사하게 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문 경영인의 아들들이 근무했던 병역특례 업체 두 곳은 S 그룹과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업체들의 대표이사들이 모두 S 그룹 고위직 출신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C 사는 S 그룹이 투자차원에서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다.
외부에는 R 사의 고위층이 S 그룹의 퇴직임원으로 채워져서 갈등관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S 그룹과 지분 면에서나, 임원진 간의 ‘특별한 관계’ 면에서나 긴밀한 사이를 유지한 셈이다. 자칫 검찰 최종 수사 발표의 수위에 따라 S 그룹 전체가 병역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셈이다.
오너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다고 해서 따가운 시선을 받던 S 그룹으로선 뜻밖에도 전문 경영진의 ‘병역비리 혐의’를 받게 된 셈이다. 때문에 검찰의 향후 수사결과와 처벌 수위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일을 두고 관가에선 ‘S 그룹은 수사당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가 됐다.
S 그룹 후계자 B 씨의 주변 인사들이 이번 수사 관련 구설수에 오른 점 또한 S 그룹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병역비리 수사에 연루된 한 임원은 그룹 경영을 물려받게 될 B 씨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최근 B 씨 주변 인물들과 관련해 이런저런 구설수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병역비리 수사 후폭풍은 B 씨 주변 인물들은 물론 B 씨 본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