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이처럼 현금 동원력을 높여가자 업계 인사들 사이에선 ‘SKT가 IT업계 M&A 시장의 큰손으로 나설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노준형 정통부장관과 IT기업 CEO들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국내 IT 경기 회복세 전망에 따라 M&A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간 점도 SKT의 M&A 추진 가능성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업계 인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하나로텔레콤 인수 여부다. KTF와 LG텔레콤 등 이미 유선사업자를 확보하고 있는 업계 라이벌들과의 유무선 통합상품 대전에 밀리지 않기 위해 SKT의 유선사업자 인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는 점에서 하나로 인수 가능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SKT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하나로 인수 소문에 대해 ‘해외 투자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다’며 부인해 왔다. 그러나 하나로 인수 후보에서 SKT는 늘 1순위로 꼽힌다. KT나 LG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SKT를 뺀 다른 재벌이 하나로만 달랑 인수해서 통신시장에 진출한다는 그림도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로텔레콤의 발행 주식총수는 2억 3224만여 주이며 7월 19일 현재 주가는 8840원으로 이를 환산하면 시가총액은 약 2조 원에 이른다. 만약 SKT의 최근 현금 동원이 하나로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SKT가 마음먹기에 따라 인수전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하나로 외에도 SKT가 다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 인사들 사이에 끊이지 않는 상태다.
M&A 대상으로 거론돼 온 하나로텔레콤 역시 SKT의 인수 소문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어 왔다. 그러나 일부 업계 인사들은 하나로 측이 매각에 대비해 꾸준히 몸값 높이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하나로가 하나TV에 대한 투자와 홍보를 아끼지 않는 것을 M&A에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하나로는 7월 24일 하나TV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해 하나TV가 단기간에 업계 연착륙에 성공한 점을 들어 ‘방송과 통신의 결합을 성공시킨 상품’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한편 SKT의 M&A 관련 소문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 4월 말까지만 해도 18만~19만 원 대에 머물던 SKT 주가는 해외 크레딧라인 개설이 알려진 이후 5월에 접어들면서 20만 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계속 상승세를 기록해 7월 19일 현재 종가 기준으로 22만 1000원을 기록 중이다.
SKT 주가가 오르면 지주회사제 출범 이후 새 지주사가 된 SK(주)가 금전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SKT 지분 일부를 처분해 다른 계열사 지분을 늘리거나 그룹 차원의 M&A를 위한 실탄용으로 비축해둘 수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제에선 지주회사인 SK(주)가 SKT를 지배하면 그만이므로 SKT는 자사주를 처분을 고려할 수도 있다. SKT는 현재 자사주 853만여 주(지분율 10.50%)를 갖고 있다. 만약 SKT가 7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자사주를 처분한다면 1조 9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SKT 지분 구조를 보면 씨티은행(26.66%) 등 외국 자본이 참여하고 있어 적대적 M&A 방어 차원에서라도 SKT 자사주 전량 매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SKT 주가가 상승을 전제로 일부 자사주 매각을 통한 M&A 자본 마련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다. 결국 SKT가 돈을 끌어 모으는 것이 M&A 추진 관련 소문을 만들고 이것이 증시에 영향을 미쳐 SKT의 또 다른 M&A용 실탄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