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상법 개정안은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딱히 없지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해당 조항이 이사(이사회)로 하여금 일반 주주에게도 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주의의무를 기울이도록 해 문제라는 지적인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이사가 법률적으로 수탁관계가 없는 주주에 대해 회사와 같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기울이는 것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은 일이다. 주주 충실의무는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로, 지배주주와의 이해 상충 상황에서 전체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주주 개개인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치는 곧 전체 주주 가치를 의미하므로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와 주주 충실의무가 실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규정에 대해 그간 국회에서 논의된 내용도 그러한 취지다. 그럼에도 같은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이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 취지를 약화시켜 힘을 빼려 하거나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회사가 현장주주총회와 전자주주총회(전자주총)를 병행할 수 있는 명시적 법률 근거를 마련하고,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이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담겨 주목된다. 전자주총은 일반 주주가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전자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러한 장치가 보장되지 않으면 주주들은 실질적 주총 참여가 불가하다. 이는 국내 개인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많은 상장회사에 투자 중인 기관투자자들은 전자주총이 활성화돼야 적극적으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다.
전자주총 활성화는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주주가치 제고, 기업 거버넌스(주요 의사결정 체계 관리)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규정이다. 기업 입장에선 현장총회와 전자주총을 병행할 경우 초기 도입과 운영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실제 운영에 나서면 전자주총이 서면방식이나 현장투표에 비해 비용‧시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주주들의 저조한 주총 출석이 우려되는 기업은 전자주총 병행이 출석 주주(주식) 수 확보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자산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주주가 자신의 보유주식 수에 선임하려는 이사 수를 곱한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이번 개정안에 넣는 것도 유력하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담기지 않았다.
이러한 법 개정만으로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주목받으며 사외이사 선임 시도 등이 종종 이뤄지고 있지만 대기업집단에서 일반 주주가 지배주주의 반대를 돌파해 사외이사 선임에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국 대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이사회 무력화, 지배주주 전횡 문제를 상법 개정으로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지만 국회가 오랫동안 충분히 논의해온 법 개정안조차 통과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내 기업의 저평가, 낮은 신뢰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요원해진다. 시장에는 이미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반영돼있다.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노종화는 회계사이자 변호사다. 현재(2017년 5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상근)으로도 재직 중이다.
노종화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