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상법에서 이사회 구성원들은 회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주주 간의 이해상충 상황이 발생해도 외면할 수 있었다. 주가보다 경영권이 중요한 오너일가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을 기대하고 투자를 결정한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이 빈번한 구조에서, 이사회가 오너일가 편에 서는 경우가 잦았다.
이 때문에 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지주사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실제로 그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의 지주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상법이 개정되면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이해상충 여지가 있는 경영적인 판단을 내릴 때는 특정 주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구조적인 변화로 향후 주가가 더욱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CJ(주)도 다른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10만 원 내외에서 거래될 때가 많았는데 올해 들어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6월 들어 16만 원까지 상승했다. PBR은 1배까지 상승했다.
다른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재명 정부로의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도입되면 CJ(주)를 비롯한 지주사의 주가 상승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한 승계가 유력한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상장을 통해 이선호, 이경후 실장이 거액의 현금을 확보해 CJ(주)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다. 재무적투자자인 글랜우드PE도 지분 23.19% 확보하고 있어 상장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외부 지분을 대부분 되사면서 CJ(주)와 오너일가의 CJ올리브영의 지분율 합계는 99.39%까지 치솟았다. 상장에 대한 동기가 약해진 셈이다. 그러자 CJ올리브영을 CJ(주)에 합병하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CJ올리브영이 상장보다는 시간을 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합병하는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CJ올리브영의 실적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간을 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합병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CJ(주)의 주가가 저점일 경우에 효과가 극대화된다. 4세 경영인 입장에서 CJ올리브영 기업 가치는 최대한 높게 평가받고, CJ(주)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는 시점에 합병하는 것이 유리하다. 향후 상법 개정이 적용된 영향으로 주가가 추가로 오르면 이선호, 이경후 실장의 CJ(주) 입장에서도 부담이 가중된다.
CJ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도 관전 포인트다. CJ올리브영이 지난 1분기에 기록한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14.4%로 전년 30.2%의 절반 수준이다. CJ올리브영은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9%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CJ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이어지더라도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 CJ(주)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자산은 5조 4589억 원 수준이다. CJ올리브영의 9973억 원보다 약 5배 이상 많다. CJ(주)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이 자신들의 지분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익이 보장돼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의 40.11%는 소액주주가 가지고 있다. 합병을 위해서는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한다.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가결된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승계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시장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는 회사와 무관한 내용이라 따로 확인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