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민원 전화에 ‘외부인 무단 침입’도

B 씨는 무단으로 외부인과 함께 학교 내부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 4월 9일 B 씨의 자녀 C 양은 같은 반 친구의 뺨을 때려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당했다. 이 사실을 접한 B 씨는 이튿날인 10일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들리는 뺨 때리는 소리가 얼마나 컸길래 반 애들이 들었느냐. 뺨 때리는 소리 크기를 측정하겠다”며 한 여성과 함께 학교를 찾았다. B 씨 일행은 다짜고짜 교실 앞 복도에서 손벽을 치기 시작했다.
당시 교내 학폭 담당 교사였던 A 씨는 C 양과 학폭 문제가 불거진 학생 1명을 함께 불러 자초지종을 듣고 있었다. A 씨는 B 씨에게 “이렇게 외부인과 함께 찾아오시면 안 된다. 교무실에서 대기해주시라”며 B 씨를 돌려보냈다. 당시 배움터지킴이(학교보안관)가 식사를 하러 간 사이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당 사건 이후 학교 측은 외부인 출입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 5월 학교 관계자는 “B 씨는 외부인을 데려온 것은 물론 교장실까지 불쑥 찾아와 다른 부모님 험담을 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학교는 ‘최대한 C 양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노력하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B 씨는 점심마다 학교 주차장에서 아이를 감시하거나 교육청 등에 민원을 넣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고, C 양은 상습적으로 지각과 결석을 하고 있다. B 씨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교사 A 씨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구미교육지원청에 B 씨의 행동으로 인해 ‘교육 활동이 침해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구미교육지원청은 지난 5월 A 씨에게 교육활동확인서를 받고, A 씨와 B 씨 등을 불러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6월 10일 열린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교권지원법 제26조 제2항 제2호를 근거로 B 씨에게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처분을 내렸다.
교육지원청은 “B 씨가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 제기하고,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 강요해 교육활동을 침해했다”면서 “사전 협의 없이 학교에 외부인과 함께 들어와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구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에 참여하지 않은 보호자 등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 A 씨에게 심리상담 및 조언 3시간, 심리치료 4시간의 보호 권고 조치를 내렸다. 실제로 A 씨는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학교 측으로부터 건강 악화로 인한 휴직을 권유받았지만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된 민원 등에 시달리던 A 씨는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로 신고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6월 26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A 씨에 대한 B 씨의 아동학대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한다. B 씨는 고소장에 “A 씨가 두 손을 머리 뒤에 받치고, 의자 하나를 더 가져와 누워 있는 자세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며 “A 씨가 ‘선생님도 한 번씩 죽고 싶어, 죽고 싶을 때도 있어. C 양아 너 자살위험군으로 빼줄까?’라고 말했다”라고 적었다.
B 씨는 A 씨가 딸에게 극단적 선택을 종용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B 씨는 '일요신문i'와 인터뷰에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우는 애가 어디 있느냐”며 “극단적 선택 이야기를 꺼낸 건 A 씨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눈으로 안 봤으면, (A 씨의) 아동학대 사실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 “학교에 외부인과 함께 찾아간 것은 당시 고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해 아는 언니와 동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A 씨는 해당 발언이 ‘C 양이 극단적 선택 충동을 호소한다’는 B 씨의 민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아동학대가 아닌 정당한 교육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화를 낸 적이 없고 C 양을 부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체육교사인 저는 당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다쳐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았다”고 해명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현재 학교는 학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교사나 주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피해를 줄 수 있는 구조”라면서 “예를 들어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면 학교의 학폭 담당 교사는 아주 작은 사안까지 다 접수하고 조사해야 한다. 이를 악용해 ‘민원폭탄’을 넣고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사를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 학부모’에 적극 대응해야”

이러한 응답 결과는 악성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등이 지속돼 교사들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교육부가 공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9월 25일부터 지난 2월 28일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69.3%는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명됐고, 수사가 완료된 건 중 95.2%는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5월에도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40대 교사가 학부모의 반복된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6월 14일 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92개 교원 단체 및 노동조합은 ‘제주 교사 추모 및 교권 보호 대책 요구 전국 교원 집회’를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 홀로 민원을 감당하는 일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으나 달라진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교사 개인 연락처로 민원을 받는 일이 없도록 온라인 민원 접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방어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적 학대 조항 때문에 아동복지법이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방해하고, 교사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밝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교사 개인한테 민원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게다가 우리 법은 상당히 엄격한 상황에서만 무고로 처벌되기 때문에 국가책임소송제 도입이나 아동학대 관련법 조항 개정 등 교사가 잦은 소송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부에서 제기된 ‘고위험군 교사’를 규정하는 방식처럼 일선 학교와 교육당국도 ‘고위험군 학부모’를 지정해 악성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