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8일 오전 9시 50분경 윤석열 전 대통령 차량이 서울 고검 후문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시위대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윤 again’ ‘우리가 지킨다’ ‘only 윤’ 등의 구호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윤 전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차량을 향해 뛰어가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현장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극우 유튜버들이 집회를 주도하고 있었다. 모욕죄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유튜버 안정권 씨와 협박 및 상해 등 혐의로 구속됐던 김상진 씨가 마이크를 잡고 외치고 있었다. 역사 강사 전한길 씨도 무대 위에 섰다. 이들은 ‘윤 again’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 전 대통령이 들을 수 있도록 더 크게 구호를 외쳐달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차량을 향해 뛰어가는 시위대에게는 어디까지가 신고된 집회 장소인지 공지했다.
9시 56분경 윤 전 대통령의 차량이 서울 고검 청사에 도착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출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특검팀은 거부했다. 이날 지하 주차장 출입은 통제됐다. 특검팀은 지하 1~2층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바리케이드를 세워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지하 주차장 앞에는 ‘만차’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 고검 청사 1층 로비에서 내렸다. 그는 남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약 100명의 취재진이 윤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진은 ‘조은석 특별검사를 8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만났는데 어떻게 보시느냐’ ‘이번에도 진술거부권 행사하실 거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윤 전 대통령은 침묵했다. 짧게나마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전한길 씨도 이동을 시작했다. 전 씨는 인기스타였다. 곳곳에서 전 씨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전 씨와 악수하고 덕담을 나눴다. 그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유튜브 방송에 감명을 받았다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전 씨는 아직 이동하지 않은 노인들을 향해 걸어가 악수를 나눴다.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는 ‘우리가 윤석열이다’고 외치는 시위대를 바라보며 “이게 민심이지”라고 중얼거렸다.
#힘 빠진 집회
대부분의 시위대가 정문으로 이동한 10시 7분경 서울 고검 후문 근처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파란색 스카프를 목에 감은 4명의 친여 유튜버가 시위대를 도발하고 있었다. 한 유튜버는 ‘윤 프리즌(감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 유튜버와 한 중년 시위대 참가자는 삿대질하며 서로를 비난했다.
근처에 있던 한 70대 시위 참가자는 이제는 저 사람들과 싸울 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며칠을 앓아누웠다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죽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전했다. 집회에 참여할 힘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윤 전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했다.
이 참가자는 윤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이 터졌을 때는 과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이 변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 간첩 침투 음모론’을 접하면서다.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들이다. 이 참가자의 생각은 달랐다. 이 음모론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음모론에 대해 더 질문하자 ‘기자가 그런 것도 모르나. 공부 좀 하라’고 타박했다.
이 참가자는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중국의 음모를 막는 방파제라고 생각했다. 12·3 비상계엄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계엄령이 ‘계몽령’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 당선은 한국에 매우 큰 위기라고 했다. 윤석열이라는 방파제가 무너지고 ‘친중 포퓰리스트’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친중·좌파·포퓰리스트’들이 한국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이 올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아이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가족들이 곳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YOON WIN’ 등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모자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그는 세 반려견 모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약 10분간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조사 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공개 소환 방식에 대해 항의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에 체포 방해 시도 관련 조사를 받았다. 오후 조사 때는 돌연 조사실 입실을 거부했다. 체포 시도 고발 관련자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조사에 참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총경 담당은 1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 관련 내용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고발한 사안은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 체포 관련 부분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약 15시간 청사에 머물렀다. 그러나 실제 조사 시간은 5시간 5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사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윤 전 대통령을 6월 30일 오전 9시에 다시 소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비화폰 삭제 지시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검팀은 필요하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소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6월 29일 오전 12시 59분경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때까지 남아 있었던 시위대 인원은 200여 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