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호 회장의 둘째 아들인 강문석 이사. | ||
지난 3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동아제약 이사로 들어온 강신호 회장 차남 강문석 이사. 그동안 외부에는 그가 회사를 잘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했던 듯하다. ‘화합과 우애’라는 단어로 서로를 격려하며 잘 끝낸 3월 29일 주총 직후 이사회 때부터 곧바로 강 이사는 ‘상처’를 입었다. 동생 강정석 전무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 당시 외부에서는 강문석 이사의 이사 등재와 동생의 승진까지 합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 이사의 한 측근은 “보통 주주총회 이후 첫 이사회는 상견례를 하는 자리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동생 강정석 전무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안건을 내놓고 표결을 밀어붙였다. 사전협의는 없었다. 강 이사는 어렵게 봉합된 마당에 합의정신을 훼손할 수 없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이사 측에 따르면 ‘홀대’는 계속됐다고 한다. 강 이사는 물론 강 이사와 함께 이사회 복귀에 성공한 유충식 이사도 비상근 이사로 대접받았다. 더군다나 강 이사에겐 사무실도 차량도 인력도 배정되지 않았다. 별다른 관할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3월 30일부터 출근한 강 이사는 사무실이 없어 주총 직전까지 부회장을 지냈기 때문에 사무실이 있는 유충식 이사의 방 한켠에 파티션을 설치한 뒤 지금까지 함께 쓰고 있다고 한다. 보수도 ‘사외이사’ 수준으로 중간간부보다 적은 액수라고 전했다. 강 이사의 측근은 “주총 표대결까지 가면서 경영권을 장악할 수도 있었던 사람을 이렇게 방치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의 한 관계자는 “강 이사가 지낼 곳(사무실)은 있다.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면 되는 것이지 상근 비상근은 의미가 없다. 관장업무는 대표이사까지 지내셨던 분이고 또 그동안의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당장 어떤 보직을 주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건 이사회에서 차차 논의해서 결정할 몫”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동아제약 경영권이 강신호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강 이사 쪽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표대결 와중에도 강 회장이 강 이사의 주식 매집으로 인한 공세에 줄곧 불편한 감정을 풀지 않았었다. 때문에 ‘합의’로 표 대결이 무산됐을 뿐 양쪽의 감정의 골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런 사태도 충분히 예견됐었다.
결국 ‘와신상담’하던 강 이사는 지난 2일 의결된 자사주 매각 건을 계기로 다시 ‘칼’을 빼들었다. 지난 2일 동아제약 이사회는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각을 의결했다. 매각되는 자사주는 모두 74만 8440주로 지분율 7.45%에 이른다. 매각 가격은 648억여 원이다.
우선 조세회피지역인 라부안에 특수목적 법인인 DPA와 DPB를 설립, 자사주를 매각하고 DPA와 DPB가 이를 근거로 만기 5년과 10년 두 종류, 총 8000만 달러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 이 교환사채는 발행 후 1년 뒤부터 동아제약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고 동아제약이 채무보증을 선다. 동아제약 측은 최근 세무조사 결과 결정된 350억 원의 과징금 납부와 재무구조 개편을 위해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매각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점. 동아제약 최대주주 강신호 회장의 개인지분이 5.22%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7.45%는 경영권 분쟁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조윤정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자금조달의 직접적 목적이 있으나 이면적으로는 자사주로 묶여있었던 의결권을 부활시켜 강신호 회장을 위시한 기존 경영층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강신호 회장(왼쪽), 강정석 부사장 | ||
이에 대해 동아제약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편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교환사채 발행은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회사에서 많이들 쓰는 방법이다. 지금 주가로 보면 이자는 벌써 해결될 듯하다”며 “자사주를 매입한 회사가 의결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쪽 마음대로 하는 거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다.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