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조은석 특검)의 ‘속도전’이 체포영장 단계에서는 꺾였지만 구속영장 단계에서는 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전 검찰 수사 때와 유사한 대응 전략을 구사했지만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외환죄 뺀 ‘증거 확실’ 혐의만 추궁
내란 특검팀은 국무위원 계엄 심의 권한 방해, 사후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외신 허위 공보, 체포영장 집행 저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5개 범죄 사실만 추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했다는 ‘외환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 내용 중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 것들만 추려 곧바로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6시간 40분간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팀에선 박억수 특검보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 검사 7명,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 등이 17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로 윤 전 대통령의 혐의 내용을 재판부에 설명했다.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을 막고 멱살을 잡은 모습을 제시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나서 무혐의를 항변했다. 혐의 자체를 부인했고 특검이 적용한 법이 잘못됐다며 법리적인 지점을 공략했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조사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개입해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실제로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혐의 관련자인 강 전 실장은 최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입회한 특검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김 전 차장 역시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변호인단이 없던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향후에도 사건 관계인들 진술을 오염시키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영장 전담 재판부를 역임한 한 판사는 “헌재 선고가 나기 전에는 현직 대통령이기에 경호 등 예우 차원이 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 윤 전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이라며 “혐의 입증과 별개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에 불응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등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알게 모르게 재판부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은석 특검 ‘수사 스타일’ 통해
법조계에서는 ‘영장 기각 시 부담’이 불가피했던 특검팀의 속도전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 6월 18일 수사에 착수한 이후 2주 동안 계엄 문건 작성 및 폐기 과정과 형식적인 국무회의 소집 및 사후 절차적 정당성 확보 시도, 외신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및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팀을 나눠 핵심인물들을 연일 소환했고 두 차례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직후 추가 소환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기각됐을 경우 무리하게 속도를 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었지만, 조은석 특검 특유의 수사 스타일이 큰 고비를 넘었다는 평이 나온다. 조은석 특검을 잘 아는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넓고 대통령 당시 행위를 수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 차례 정도는 소환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어차피 혐의를 부인해 추가 소환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곧바로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겠느냐”며 “조은석 특검은 검사 시절부터 의혹을 전부를 다 털기보다는 확실한 것을 중심으로 빠르게 풀어나가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런 점이 영장 발부에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 특검 모두 ‘환영’
윤 전 대통령 신병이 확보되면서 해병대원 특검과 김건희 특검 등 세 특검 모두 ‘소환 조사’가 용이해졌다. 일일이 소환 통보 및 일정 조율 없이 구속 상태의 윤 전 대통령을 불러다 조사할 수 있다.
내란 특검은 앞으로 20일 동안 구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그사이 기소를 하면 구속 상태가 유지된다. 7월 28~30일 영장에 청구했던 혐의들을 먼저 정리해 기소한 뒤 외환죄 등은 추가로 수사해 별도 기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에 불응할 가능성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소까지 20일의 시간이 있지만 일단 영장을 청구할 때 적용한 혐의들 먼저 정리해 기소를 하고 외환죄 등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추가로 더 수사해 추가 기소를 하면 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몇 차례 더 소환에 응하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