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수사는 지난 4월께 단순 마약 투약자를 검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에게 마약을 판매한 유통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는 마약 밀반입책 A 씨(49)에게 집중됐다. A 씨가 홍콩에서 마약을 구매한 뒤 속옷에 숨기는 방법으로 2024년 1~5월 총 23차례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책에게 공급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수사를 확대한 은평경찰서는 A 씨가 밀반입한 마약을 건네받은 유통책들이 성소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남성 전용 수면방에서 마약을 투약한 뒤 성관계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정보를 기반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6월 14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남성 전용 수면방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돌입했고, 마약 투약 및 장소 제공 등의 혐의로 업주와 종업원 및 이용객 등 8명을 체포했다.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남성 전용 수면방은 숙박업소로 등록된 정식업소가 아닌 무허가 변종업소로 확인됐다. 경찰은 관할 지자체에 단속 사실을 통보해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약류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통로는 클럽과 유흥업소 등으로 경찰은 이런 지역을 취약지역으로 분류해 집중 단속을 이어왔다. 이번 수사로 무허가 수면방 등 변종업소에서도 마약의 판매와 투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관련 첩보 수집 및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찰 수사를 통해 남성 전용 수면방에서 마약 집단 투약과 성관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남성 전용 수면방은 ‘블랙수면방’, 내지는 ‘찜방’이라 불리는 곳으로 보인다.
블랙수면방이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당시다. 그해 2월에 불거진 신천지발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무렵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윤태호 당시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주로 이태원 클럽에서 머물다가 그런 수면방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었던 블랙수면방, 찜방이 이 사건을 통해 남성 동성애자들 성적욕구 해소 장소로 알려졌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서울시는 룸살롱·클럽·감성주점 등 2154곳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블랙수면방은 정상 영업을 했다. 이번 마약 수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무허가 변종업소가 많은 데다 등록된 업체들도 수면방이나 사우나 등으로 분류돼 집합금지 대상 유흥업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즈음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찜방 폐지’ 호소 청원이 화제가 됐다. 자신을 ‘29세 남성 동성애자’라 밝힌 청원인은 “찜방이라는 곳은 수면실, 찜질방으로 둔갑해 불특정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일회성 만남을 하는 곳으로 운영돼 왔다”며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수많은 비난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자정이 이뤄지지 않고 지금까지 운영됐다. 대다수 동성애자가 불매해도 최소한의 영업이 가능할 정도의 수요와 공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뿌리 뽑아야 하는 그릇된 동성애자 문화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무허가 변종업소인 남성 전용 수면방이 운영되고 있고, 이제는 마약 유통 및 투약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경찰이 무허가 수면방 등 변종업소에 대한 첩보 수집 및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마약 관련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다.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도 무허가 변종 남성 전용 수면방의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으로 알려진 엠폭스(MPOX)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때문이다. 2024년 5월 아시아 태평양 HIV 연구 포럼에서 공개된 ‘국내 엠폭스 환자 유전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는 엠폭스 감염이 확인된 사례의 약 99%가 남성으로 대부분 동성애자였다고 한다. 또 엠폭스 확진자 3명 중 1명은 HIV 보유자였다.
엠폭스는 중서부 아프리카 풍토병이었지만 2022년 5월 이후 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했고, 2024년에는 파키스탄을 거쳐 필리핀과 태국까지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2022년 6월 첫 환자가 발생하자 이때부터 질병청 고위험병원체분석과가 엠폭스 진단과 유전체 감시 업무를 맡아왔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HIV 감염증도 유행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국내에서는 엠폭스나 HIV 감염증이 유행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무허가 변종 남성 전용 수면방에서 마약 집단 투약과 성관계까지 이뤄지고 있다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