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활비 약 105억 원이 통과됐다. 특활비는 정부·공공기관에서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 사건 수사 등에 쓰이는 경비를 뜻한다. 이 중 법무부 특활비는 40억 4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법무부 특활비에는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 2억 4100만 원 △첨단범죄 및 디지털수사 5500만 원 △형사부 등 수사지원 22억 8300만 원 △공공수사 1억 6000만 원 △국민생활침해범죄 수사 8억 1200만 원 △마약수사 3억 7400만 원 △사회공정성 저해사범 수사 7900만 원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이 특활비는 정부 제출 추경안엔 포함돼 있지 않았다. 7월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민주당 측 의견이 나오면서 검찰 특활비 부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특활비 부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를 위해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특활비 부활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본회의 직전 민주당 의총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활비 부활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특활비를 편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내부 이견은 본회의 표결에서도 나타났다. 특활비 부활이 담긴 추경안은 재석 의원 182명 중 찬성 168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반대 3표, 기권 11표가 나왔다. ‘검찰 해체 4법’을 발의한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 등은 특활비 부활에 대한 항의 표시로 기권표를 던졌다. 이러한 반발에 국회는 검찰 개혁 입법 완료 후 검찰 특활비를 집행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민형배 의원은 7월 4일 페이스북에 “‘그 돈 좀 검찰한테 가면 어떠냐’ ‘우리 정권인데 잘 통제하면 되지 않겠느냐’ 혹시 누군가 말할 수 있다”며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을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공범과 소통하고, 12·3 내란의 사실상 주동자가 ‘정치검찰’이다. 권력의 사냥개로 전락한 검찰이 민주주의를 물어뜯었다. 그런 검찰에게 힘 되는 예산을 주는 것은 ‘미친개’에게 다시 먹이를 주는 격”이라고 적었다.
#'검찰 공화국 망령 되살아나나'
조국혁신당은 반발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7월 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직접수사 폐지를 전제로 하는 수사·기소 분리 공약을 내걸었다. 정청래, 박찬대 당 대표 후보자들은 추석 전 수사·기소 분리를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 민주당에서 검찰 특활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검찰을 써먹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가”라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7월 9일 페이스북에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정진우 중앙지검장 특활비 오남용 의혹을 거론했다. 이 차관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재임 때 특활비를 다른 검사들에게 나눠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지검장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 재임 때 매달 같은 날 특정 인물에게 특활비를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황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 공화국 망령이 되살아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특활비 성격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민주당 검찰 개혁안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활비는 수사에 쓰는 돈이다. 특활비 통과는 곧 검찰 수사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정부가 ‘내란 청산’ 등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려다 검찰 개혁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검찰 개혁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위해 검찰을 이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그러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검찰이 충돌했다. 법무부 장관이던 추미애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권력에 핍박받은 검사’라는 이미지를 발판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정부는 수사·기소 분리 개혁을 성사하지 못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월 7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추경안을 통과시키면서 자기들이 작년 가을 ‘불필요한 쌈짓돈’이라고 비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를 되살렸다”며 “이 대통령 스스로 떳떳했다면 정부의 추경 예산안에 대통령실 특활비 부활을 반영하고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서 직접 국민들께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특활비 편성은 검찰 개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3개월 안에 검찰 개혁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박찬대 당대표 후보자는 추석 전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이 대통령도 검찰 개혁은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검찰 개혁이 좌초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2026년 예산안이다. 정부는 9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다. 이 예산안에 검찰 특활비가 포함될 경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활비 논란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회에서 넘어온 추경안 부대 의견에 검찰청 특활비는 검찰 개혁 입법 후 집행한다고 돼 있다”며 “향후 책임 있게 쓰고, 소명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사실 궁색한 건 사실이다. 우리가 야당 시절 검찰이 ‘제대로 소명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을 때 강하게 몰아붙였던 기억이 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특활비를 편성했는데 이를 누가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