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중점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이 도이치모터스뿐 아니라, '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도 살피고 있다. 이에 도이치 사건 '2차 주포'로 지목된 K 씨(59)가 주목받는다. 그동안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에 밀려 관심도가 다소 낮았던 인물이다.
특검 수사 결과 김건희 씨가 실제 우리기술 주가조작에도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K 씨와 밀접한 관계성도 새롭게 드러나는 셈이다. 특히 도이치 사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관계자들 사이에선 "K 씨가 유독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들은 "사법거래가 의심된다"는 주장마저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수사하고 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우리기술 주가조작 사건과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증권사 지점장 출신 K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에서 '2차 주포'로 지목된 인사다. 김 씨가 연루된 도이치 주가조작 행위는 크게 5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두 번째 작전을 주도했다. 그는 2010~2012년 김 씨 계좌를 관리하며 시세 조종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올 4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K 씨는 김 씨 계좌를 관리할 무렵 도이치 외 다른 사건에도 연루된 상태였다. 2009~2011년쯤 우리기술 신주인수권 거래 등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개인적으로 챙기는 등 행위를 벌였다. 이 사건으로 2014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에 벌금 7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과거 우리기술 사건 수사 때 검찰은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닌 '수재' 혐의로 K 씨를 기소했다. 증권사 지점장인 그가 직무 관련 돈을 받았다는 혐의다.
2024년 상장폐지된 코스나인의 2023년 주가를 보면, 3월에 600원 정도에 불과했던 주가가 5월 2000원 가까이 뛰고 그 후에도 급등락을 오갔다. 사진=코스나인 증시 변동표#출소 후 '작전주' 의장으로
K 씨 전과는 더 있다. 2010년에도 모 회사 대표를 지내며 '배임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다 2014년 우리기술 사건으로는 집행유예 없는 실형을 선고받으며 2020년에야 복역을 마쳤다. 이같이 2개 기업에 큰 피해를 끼친 그는 출소 후 뜻밖에도 또 다른 상장사 고위직에 앉게 됐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 씨는 형기만료로 2020년 석방되고 그해 10월 15일 코스닥 상장사 '코스나인' 임기 3년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의장까지 맡았다. 코스나인은 화장품 관련 사업을 주로 해오던 곳이다. 당시 이 회사는 K 씨 사내이사 선임이 '법령상 결격 사유 없음'으로 판단했다.
코스나인은 K 씨 사내이사 선임과 동시에 바이오와 전기·수소차 관련 사업도 나섰다. 이어 4개월 지난 2021년 2월 의약품 제조업체인 '아이큐어'가 지분 15.8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통상 최대주주가 바뀌면 대표도 교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기존 코스나인 대표와 새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코스나인은 그 후 투자업계에서 소위 '작전주'로 불렸다. 특별한 이유 없이 혹은 풍문만으로 주가가 요동치는 경우가 잦았던 탓이다. 예컨대 2023년 3월 20일 635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종가는 불과 한 달 만인 4월 21일 1899원까지 무려 3배가량 뛰었다. 이어 약 한 달 흐른 5월 16일 또 다시 819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밖에 2022년 4월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등으로 투자주의 환기종목까지 지정됐다. 이듬해 1월엔 아이큐어가 996만 주 중 270만 주를 돌연 장내매도해 거래도 정지됐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에서 최대주주가 지분을 다량 매도하는 행위는 상장폐지 심사 사유다. 대주주와 임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단 점에서 투자자 반발이 컸다.
K 씨는 2023년 10월 15일까지 코스나인 사내이사를 지내다 나왔다. 코스나인은 그로부터 1년여 지난 2024년 12월 결국 상장 폐지됐다. 2019년부터 이 회사를 이끌어 온 백광열 전 대표이사 횡령 등이 문제였다. 코스나인은 현재는 회생절차를 밟는 한편 M&A(인수·합병) 매물로도 나온 상태다.
K 씨는 2024년 3월 반도체 부품 기업 '비케이탑스' 사내이사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도이치 사건 1심 실형 선고를 이미 받은 때였다. 그는 코스나인 횡령 피의자 백 전 대표와 함께 이사 후보에 올랐는데 이들 전부 자리에 앉진 않았다. 이어 비케이탑스는 2024년 5월 부실공시 및 감사의견 의견거절 등 이유로 상장폐지됐다.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저 자들이 BP다"
K 씨는 코스나인 임원을 지내던 2021년부터 도이치 사건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검찰 수사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고 전해졌다. '블랙펄인베스트(BP) 패밀리'를 소개한 인물도 K 씨다. 그는 '김건희 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BP패밀리라고 진술했다.
BP패밀리 존재가 보여주듯 도이치 사건 혐의자들이 꼭 한 팀은 아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수사에서 이들은 김건희 씨와 연결고리를 최대한 부정하고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와중에 특검의 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K 씨와 김건희 씨 관계성을 도마 위에 올릴 수 있어 특히 관심이 따른다.
K 씨는 이종호 전 BP 대표 처남인 민 아무개 씨는 정작 BP패밀리에 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건 주된 책임을 BP패밀리에 떠넘기려는 전략일 수 있다. 실제 K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 때 민 씨와 주로 함께한 인사다. 그와 민 씨가 여러 번 통화를 나눈 뒤 김건희 씨 계좌에서 거래가 이뤄진 식이었다.
민 씨의 경우 2009~2012년 엔엔티와 폴켐 등 기업에서 등기이사를 지낸 적이 있다. 이들 기업을 둘러싼 각종 전개가 코스나인과 비슷했다. 각 기업이 호재 없이 주가가 급등하거나, 허위공시 등이 발각돼 몇 차례 상한가를 기록한 후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결국 상장 폐지되고 말았다.
한편 K 씨와 손 아무개 씨 관계도 눈길을 끈다. 손 씨는 도이치 사건 1심 무죄였으나 항소심에선 방조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손 씨와 K 씨는 2012년 민사소송으로 다툰 사이다. 손 씨가 K 씨만 믿고 투자했다가 크게 실패했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법원은 K 씨에 위약금 수억 원 지급을 명령했다.
도이치 사건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종호 전 BP 대표와 처남 민 씨는 일찍 관계가 틀어졌다"며 "그 밖에 사람들도 이제 다들 서로 안 보는 사이가 돼버려 특검 수사 때는 각개전투를 펴야 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K 씨와 손 씨는 서로 마주보고 고함을 칠 정도로 사이가 나쁘다"고 전했다.
K 씨는 도이치 사건 혐의자들한텐 거의 '주적' 수준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K 씨 휴대폰을 보고 코스나인 관련 혐의를 포착했지만, K 씨가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봐주는, 즉 '플리바게닝'(사법거래)이 있었단 시각이 적지 않다"고도 했다. 이렇게 말한 관계자는 도이치 사건 수사를 직접 받은 당사자다.
일요신문은 K 씨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당분간 수신이 정지된 번호'라는 통화연결음이 나왔다.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도 안 읽음 상태였다. 그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 씨뿐 아니라 코스나인 횡령 사건 등에 연루된 이들도 전부 '잠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도이치 관련 6개 계좌, 23억 이익…김건희 적용 혐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에 공모하거나 방조했다는 등의 의혹을 사고 있다. 김 씨는 본인의 6개 계좌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고, 시세차익은 약 23억 원 거뒀다고 알려져 있다.사진=이종현 기자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2012년 벌어져 현재까지는 9명이 연루됐다고 드러났다. 올 4월 3일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 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 원 등 9명에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김건희 씨의 경우 1·2심 판결문에서만 100여 차례 이름이 등장한다. 김 씨 계좌들이 시세조종에 활용됐고,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매매 약 100건 가운데 절반이 그의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또 K 씨와 2차 작전을 주도한 민 아무개 씨 PC에서는 김 씨 계좌 인출 내역 등이 정리된 파일명 '김건희'도 발견됐다.
특히 김 씨는 법원이 통정매매 범행으로 판단한 '7초 매매' 사건 중심에도 있다. 7초 매매는 2010년 11월 1일 오전 K 씨가 민 씨에 "(도이치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7초 뒤 김 씨 명의 계좌에서 정확히 동일한 주문이 나온 상황을 일컫는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 씨를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김 씨 계좌에서 통정매매 주문 등이 있었더라도, 이는 정황일 뿐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단 이유였다. 이는 '봐주기 수사' 논란을 키웠다. 사건 일당의 1·2심 판결문만 봐도 김 씨가 증권사 직원들에 거래 체결 여부를 묻는 등 녹취록 등도 실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는 민중기 특검팀이 김 씨에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가 남은 관심사다. 일각에선 '방조' 등 혐의를 유력하게 내다본다. 현재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가운데 '전주' 손 아무개 씨가 받은 판결이다. 손 씨는 1심에선 시세조종 적극 가담자들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였으나, 항소심에서 방조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실제 손 씨와 김 씨는 이 사건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다. 손 씨도 본인과 가족 등 계좌 총 4개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 김 씨는 이보다 많은 6개 계좌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김 씨가 이 주식을 통해 거둔 시세차익은 약 23억 원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