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특검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가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차기 당대표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22분부터 6시간 4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장고 끝에 10일 오전 2시 7분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영장 범죄사실을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윤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바로 입소해 수용자 생활에 들어갔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의 조사에 협조적으로 임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에 체포됐을 때도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고 출석에 불응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4일 첫 공판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특검팀이 서울구치소를 찾아 강제구인하거나, 구치소 내부에서 현장 조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영 내란특검보는 10일 브리핑에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수사방식은 기본적으로 일반 인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것이다. 다만 그 외에는 다른 피의자와 달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서 내란 수사뿐 아니라 김건희 특검과 채 해병 특검의 수사도 빨라질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 수사 대상 중 하나인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은 채 해병 특검이 수사하는 ‘VIP 격노설’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건희 씨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11일 만인 6월 27일 퇴원했다. 이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주로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은 서정욱 변호사는 7월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우울증은 활동을 해야 한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무실이 있으니 거기서 활동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씨는 입원 전에도 특검 용의선상에 함께 올라있는 ‘최측근’ 유경옥·정 아무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비롯해 모친 최은순 씨 등과 함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던 모습을 일요신문에 포착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대선 전날’ 윤석열 김건희 최은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함께 있었다).
윤 전 대통령 구속으로 김 씨 소환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특검팀은 수차례 김 씨 대면조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3대 특검 수사가 진행될수록 모두 핵심은 윤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 씨가 아니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김 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한 차례 구속됐고, 포토라인에도 여러 번 섰다. 하지만 김 씨는 아직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특검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서면 충격이 남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특검 칼날이 당을 향하자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은 10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말로는 ‘정치 보복은 없다’고 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특검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여당 무죄, 야당 유죄의 이재명식 독재 정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중기 특검이 이끄는 김건희 특검팀은 7월 8일 김건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특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수사를 위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선교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민주당은 박찬대 김용민 의원 등을 중심으로 ‘내란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은 내란법에 대한 사면 및 복권을 제한하고,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을 차단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12월 4일 새벽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과정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십 명 의원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럴 경우 위헌정당 해산 청구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송 비대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전직 대통령이 또다시 구속수감되는 불행한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와 재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또 공정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가에선 8월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조경태 안철수 의원과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양향자 전 의원은 일찌감치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지난 대선 당 후보로 나왔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당대표 선거가 친윤계와 비윤계의 대결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됐지만 친윤계가 여전히 당 주류로 남아있다. 당 비대위 구성에도 친윤계가 영향력을 많이 끼쳤다. 차기 당대표도 본인들의 사람들로 뽑으려고 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내란동조 정당으로 함께 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화면접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43%, 국민의힘은 19%로, 양 정당 격차가 2배 이상 차이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20%대 지지율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