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대 정부 모두 1기 내각에서 2~3명의 장관 후보자는 낙마를 겪어야 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며 집중포화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강 의원은 현역 의원·여가부라는 상징성 때문에 방어하는 민주당 고심이 깊다.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국무위원까지 확대된 2005년 이후 역대 어느 정부도 낙마 없이 1기 장관 후보자 전원이 임명된 사례는 없다. 2~3명의 후보자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명박 정부 1기에서는 3명의 장관 후보자가 조기 낙마했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 엿새 만에 사퇴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명박 대통령 취임도 전에 물러나야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병역 비리 등 의혹이 제기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중국적 문제 등이 불거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여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1기에서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강제 혼인신고, 음주운전, 여성비하 막말 등이 문제가 돼 물러났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 1기 역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편입 과정과 병역 특혜 논란,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딸과 아들의 유학 지원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돼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몇몇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에도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이러한 기조엔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전원 생존은 기대하지 않고, 2~3명 후보자의 낙마는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인사검증을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일부 후보자들에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출범해 인사검증에 시간이 더 부족했다”며 “결국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고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한두 명 후보자는 교체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 대상 1순위로 꼽았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세 후보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만 놓고 보더라도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세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초 가장 유력한 낙마 후보로 이진숙 후보자가 거론됐다. 이 후보자는 장관 지명 직후부터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표절 의혹, 자녀 조기유학 초·중등교육법 위반, 충남대 교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 반대 및 철거 요구 문제 등이 제기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꼭 한 명을 낙마시켜야 한다면 이 후보자가 가장 부담이 적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후보자는 정치인이 아니고, 애초 같은 진영의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 진보성향 교원단체 전교조마저 “(이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개혁 의지와 식견,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다시 지명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강선우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게 되면 2000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 제도 도입 이후 현직 의원이 낙마한 첫 사례가 된다. ‘현역 불패’가 깨질 정도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비판이 일 수 있어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여가부 장관 낙마’가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더 공세를 높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과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락했다. 그런데 세부지표로 보면 그나마 지지세를 선방하는 곳이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이 70대 이상보다 보수성향이 강하게 나온 조사도 있다”며 “20대 남성은 보수정당의 ‘남녀 갈라치기’로 여가부에 대한 비토 심리가 강한 편이다. 여가부 장관을 낙마시킴으로서 20대 남성을 지지기반으로 공고히 삼겠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전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을 보류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회가 모두 끝난 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보고서 채택과 낙마 후보자를 협의하겠다는 것. 이에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보고서 채택과 특정 후보자 낙마는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정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7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3명의 후보자의 의혹, 특히 조현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급박한 상황인 만큼, 기재부 외교부 산자부 장관의 청문보고서는 조기에 채택해 즉시 관세협상에 투입될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고장난 인사 검증시스템 문제와 부적격 후보자 문제 정리를 위해 조속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다”며 “이 대통령은 보은에 대한 미련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부적격 후보자들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들의 사퇴 여부는 이재명 대통령 결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7월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후보자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18일) 청문회가 끝나면 주말쯤 (이재명 대통령에) 종합보고를 드리게 돼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여론도 있고 사퇴하라는 여론도 있는 것을 여과 없이 그대로 다 보고를 드리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건 대통령 의중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은 전주 대비 3%포인트(p) 오른 46%를 보인 반면 국민의힘은 전주에 이어 19%에 머물렀다. 양당 간 격차 27%p로 더 벌어졌고, 국민의힘은 2주 연속 20%대 지지율이 무너졌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상대로 공세를 드높였음에도 20%대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의 검증 공격이 국민적 공감을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