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예정인 서울 세운상가. 현대백화점은 1977년 이 일대의 땅을 사들인 바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 일대에서 돈벼락을 맞을 사람들 중엔 재벌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부동산을 미리 사놓은 재벌들 입장에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땅값을 보며 벌어지는 입을 주체하지 못할 법하다.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을 앉아서 벌어들일 재벌들의 쾌재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서울 도심 재개발 계획의 최대 수혜를 받은 재벌로 여러 인사들이 동국제강을 꼽는다. 사옥이 있는 서울 수하동 50번지 일대 4993.7㎡(약 1500평)가 동국제강 명의의 부동산이다. 34년 전 이 일대의 토지를 사들인 동국제강은 수하동 일대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손 안대고 코 풀기’식으로 돈방석에 앉게 됐다.
1973년 청계초등학교 건물을 매입해 34년간 본사 사옥으로 활용해온 동국제강은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강남 본사 사옥으로 이전하고 수하동 사옥 부지 일대엔 1500억 원을 투자해 30층짜리 인텔리전스빌딩을 건립할 예정이다. 동국제강 사옥에 인접한 을지로 2가 재개발 구역도 복합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라 수하동 사옥 부지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현재 이 일대 공시지가는 1㎡당 1600만 원선이다. 10년 전인 1997년의 공시지가 1㎡당 660만 원의 3배에 조금 못 미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동국제강은 47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공시지가 기준일 뿐 실거래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동국제강 신사옥이 완공될 경우 동국제강이 이 일대 토지를 사들인 34년 전에 비해 최고 4000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3가 175-4와 장사동 116-3 일대에 펼쳐져 있는 세운상가엔 현대백화점그룹의 몫도 포함돼 있다. 서울 도심 재개발 계획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세운상가 부지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차지하는 연건평 몫은 약 2000평에 토지 평수는 260평 정도 된다. 지난 1977년 현대백화점 전신인 금강개발이 이 일대를 사들여 지금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인 현대H&S 명의로 돼 있다.
오는 2012년까지 세운상가 일대에 최고 36층의 복합건물이 들어설 경우 지분 참여 중인 현대백화점이 차지할 몫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기존의 지주들이 토지 가격을 보상받게 되는데 현대백화점 앞으로도 토지 260평 몫이 돌아가는 셈이다.
현재 세운상가 일대의 공시지가는 1㎡당 2150만 원이다. 10년 전 공시지가인 1㎡당 1200만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현대백화점은 8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재개발을 앞둔 시점에서 보상가격은 현재 공시지가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백화점이 세운상가 일대 부동산을 30년 전에 매입했다는 점과 세운상가가 현재 지닌 상업적 가치 그리고 현대백화점 몫의 연건평 2000평과 재개발 완료 후 이 일대의 상업적 전망을 감안하면 현대백화점이 누릴 시세차익은 족히 수백억 원대를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장충동 162-1번지에 위치한 태광산업 역시 재개발 특수를 맞이할 참이다. 세운상가 인근 충무로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일대 9526㎡(약 3000평)는 태광 명의의 땅이다. 옛 동북고등학교 부지를 지난 1980년에 태광이 사들여 학교 건물을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이 일대의 현재 공시지가는 1㎡당 236만 원이다. 10년 전인 1997년 공시지가 155만 원에 비해 1.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태광이 보유한 토지만 해도 10년 전에 비하면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77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실거래가로 환산한다면 수백 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태광이 몇 년만 더 참으면(?) 동국제강을 능가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땅은 학교용지로 묶여 있다. 태광 입장에선 먼저 재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 하지만 충무로 일대에 남산-청계천을 잇는 재개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도 지목 변경을 통해 재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인 것이다.
태광 부지 인근인 장충동 186번지와 189번지 일대에선 넓게 펼쳐진 파라다이스그룹 명의의 땅을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파라다이스가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사들인 이 일대 토지는 사옥이 있는 186-210번지를 비롯해 총 1만 626㎡(약 3200평)에 이른다.
10년 전 이 일대 공시지가는 1㎡당 150만 원이었던 반면 현재는 그 두 배에 조금 못 미치는 1㎡당 258만 원에 이른다. 10년간 시세차익만 115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실거래가와 향후 재개발 특수를 고려해 따지면 족히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대 차익까지도 기대해봄 직하다.
두산그룹 사옥인 동대문 두산타워 일대도 세운상가 재개발과 청계천 특수로 강북권에서 제일 비싼 곳 중 하나로 떠오른 상태다. 이 일대 공시지가는 1㎡당 2800만 원 정도다. 10년 전 공시지가 1㎡당 840만 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올랐다. 일각에선 청계천 개발 사업으로 두산타워의 시가가 강북 2위권으로 올라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두산타워가 차지하는 대지 면적만 해도 9402㎡(약 2850평)에 이르니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두산은 10년 사이 180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이를 실거래가로 환산하고 여기에 건물 가치와 재개발 특수를 더하면 향후 두산이 누릴 시세차익은 수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