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경기도 문화산업을 총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경기문화재단이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0원’을 편성 받았다.
앞서 지난 6월 13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추경안 심사에서 공공기관 출연금 74억 5000만 원 증액을 책정해 예산안을 상정했다. 도의회 문관위 위원장인 황대호 도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74억 5000만 원은 경기도의회 상임위 예산의 증액분이 아니라, 기존의 공공기관 부서에서 특수목적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던 사업 금액”이라며 “지난 2025년 예산안 협의 시 출연금을 통으로 삭감할 때 양당에서 1차 추경 증액을 조건으로 삭감해서 부득이 증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경기문화재단에 가장 많은 28억 원이 편성됐다. 2025년 예산안 협의 때 가장 많은 삭감을 당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 “(예산안 삭감으로) 기본적으로 운영해 오던 사업의 축소나 폐지 정도가 불가피해 보일 것 같다”고 질의하자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1월이나 연초에 하는 (박물관 미술관) 사업이나 운영 등을 지금 다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추경안은 여야 합의를 통해 문광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은 추경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최종심의 과정에서 경기문화재단 예산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이 전액 삭감 요청을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도의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정식으로 예산이 상정된 이후 전면 삭감된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그 과정에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이 산하의 문화예술 공공기관 예산을 전액 삭감해 달라 요청했다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다.
예산뿐 아니라 인력면에서도 경기문화재단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직 공모가 약 3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재단의 핵심 부서인 지역문화본부 본부장 역시 지난 6월 임기가 종료됐다. 이외에도 이번 7~9월 임기를 마치는 주요 인사들이 연이어 있지만, 현직 재계약 혹은 후임 공모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기문화재단의 관장·본부장 등 주요 인사 공모는 재단이 인사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의 국·과장이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경기도 담당국과 경기문화재단이 공모 절차나 시기 등을 관행적으로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는 올해 초 도 자체 특정 사업 추진을 위해 재단 기금 활용을 제안했다. 이에 경기문화재단 이사회는 재단의 기본재산을 보통재산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기본재산은 사업을 위해 건드릴 수 없으니, 보통재산으로 전환해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종 승인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가 기금 활용에 대한 이사회 의결을 승인하지 않고 철회했다. 재단의 기금이 코로나19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된 바가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일반 사업비로 사용하지 않았던 만큼 공공자산 활용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경기문화재단 유 대표가 안건을 철회하면서, 결국 김동연 경기지사가 추진하던 특정 사업은 사업비 문제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경기도 측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기문화재단을 압박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연장선으로 김 지사 측에서 경기문화재단의 추경과 주요 인사 공모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황대호 도의원은 “여야 협치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경기도 집행부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액 삭감을 요청한 것은 도의회를 기만하는 처사다.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화강국을 표방했다. K컬처 육성과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기도 역시 문화·예술·체육·관광 정책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추경 전액 삭감을 보면 실질적으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 정책에도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연 지사의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압박성 행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황 도의원은 “그렇게까지 유추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한편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은 “경기도 문광국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도의회가 증액할 때는 동의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문광위는 문광국에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증액안을 그냥 통과시켰다. 그걸 예결특위에서 심의 과정에서 삭감한 것”이라며 “예결특위에 우리가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