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협상 타결 막차에 탑승한 한국은 15%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 관세협상단은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약 484조 원) 조성, 에너지 구매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등을 약속하며 기존 부과 예정이었던 25% 관세율을 15%로 내리는 데 합의했다. 협상 결과를 두고 특정 대목에서 한미가 시각차를 보이고 있지만, 관세율을 낮췄다는 데에서 ‘선방론’이 부각됐다(관련기사 선방했다지만 ‘악마는 디테일에’…한미 관세협상 성적표 ‘숨은 1인치’).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관세를 적용받은 나라는 영국과 영국령 포클랜드로 10% 관세가 적용됐다. 미국 핵심 무역 상대국으로 꼽히는 EU와 일본은 15%다. EU는 60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과 7500억 달러 규모 미국 에너지 제품 구매를, 일본은 5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와 농축산물 산업 개방 및 자동차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관세협상 국면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운 브라질은 50% 관세 폭탄을 맞았다. 미국을 설득하려 노력한 국가와 미국과 맞선 국가에 대한 관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포스트 관세협상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요소는 ‘합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세계 각국에 관세를 매긴 가운데, 관세협정 타결 결과를 증명할 만한 합의문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비망록에만 기록된 관세협상 결과물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딴소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관세협상을 맺은 나라들이 추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합의문 부재에 대한 지적은 우리보다 앞서 관세협상을 체결한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일본 제1 야당 수장인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8월 4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집중심의에서 “미일 간 (관세협상 결과 관련) 합의문 부재로 해석 차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관세협상 합의문을 만들지 않은 부메랑을 맞을 조짐이다. 미일 관세협상 결과를 두고 기존 관세 15% 미만인 수출품은 일괄적으로 15% 관세가 적용되고, 기존 관세 15%가 넘는 제품은 ‘특례’로 기존 세율이 매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공개한 연방 관보 부속 문서엔 미국의 ‘특례 조항’은 EU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국제무대에서 이어져 온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딴소리 전략’이 관세 전쟁에 대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조가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한 합의문이 없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관세협상 타결 이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관세협상은 구두로 이뤄졌고, 서면 형태의 합의 문건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합의문이 나오기 전까지 관세협상 성적표에 점수를 매기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소식통은 “합의문이 없다는 점은 향후 관세협상 결과를 토대로 디테일한 요소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상대국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면서 “합의문이 아니라 비망록에 기록된 합의 결과를 외교적인 협상에 오버랩하며 미국 국익을 최대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바라봤다.
그는 “한국의 경우 한미 정상회담이 다가올 최대 외교 이슈인데, 정상회담은 관세협상 이후 펼쳐지는 치열한 국익 쟁탈 외교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세협상 합의문이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이슈나 양안관계 적극 개입 요구 이슈 등을 관세와 연결 짓는 순간부터 이재명 대통령 스탠스가 중요해진다. 이 대통령 반응이 한국 경제에 돌아올 부메랑 크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8월 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 투자계획 발표 행사에 참여해 “우리는 반도체에 100% 관세율을 부과할 것”이라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 (Semiconductor)가 (관세) 부과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국 반도체 수출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던 찰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현지에 공장 설비를 갖춘 기업은 100% 관세 적용 대상 제외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한숨을 돌렸다.
전직 통상 관료는 “트럼프 한마디 한마디에 상황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공식적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이라면서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는 상호 관세 15%를 적용받게 되는 상황인데, 대미 수출 품목 2위인 반도체가 품목별 관세를 또 적용받는다고 하면 수출 양대 산맥의 가격 경쟁력이 통째로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관련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15%로 낮춰진 관세 협상 결과를 증명할 공식적인 문서는 없다”면서 “관세협상 타결 결과 디테일적 요소가 무역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칠 만한 ‘추가 흥정 지렛대’로 활용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구체적 실효성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해 “정상회담 일정과 정상회담 발표 일정 모두 양국 조율을 통해서 결정된다”면서 “관례상 (일정을) 미리 말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치권과 외교가 안팎에선 8월 25일경 이 대통령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략적인 시기가 특정된 가운데 한미 양국이 회담 일정을 세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